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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인물 패션에 열광… 씁쓸한 ‘블레임룩’

입력 | 2017-01-05 03:00:00

“정유라 패딩은 어느 브랜드?”… 최순실 신발-장시호 점퍼 이어 화제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주변 인물의 패션이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씁쓸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될 당시 100만 원대 패딩 점퍼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왼쪽 사진), 서울 강남에 ‘장시호 패딩’을 유행시킨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오른쪽 위 사진), 신발이 벗겨지며 브랜드가 노출된 최 씨의 신발. 올보르=AP 뉴시스·동아일보 DB

“정유라 패딩 점퍼 어느 브랜드인가요?”

 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난데없이 ‘정유라 패딩’이 오랫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가 최근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 입고 있던 털모자가 달린 회색 패딩 점퍼가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당초 이 패딩은 인터넷상에서 100만 원 이상의 캐나다 브랜드인 N사의 점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N사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매장에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이전 모델까지 다 찾아봤지만 우리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 씨와 주변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리면서 이들과 관련된 패션까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명 연예인도 아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패션이 화제가 되는 ‘블레임룩’ 현상으로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이 단어는 비난(blame)과 외모(look)를 합성한 신조어다.

 이날 정 씨의 패딩 점퍼를 비롯해 그가 입었던 ‘스타워즈’ 로고가 그려진 셔츠도 관심을 끌었다.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한정판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U브랜드의 3만 원대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최 씨도 지난해 10월 검찰에 출두할 당시 착용했던 프라다 구두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 씨의 신발이 벗겨지면서 브랜드의 로고가 드러났던 것이다.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37)도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착용했던 패딩 점퍼가 화제에 올랐다. 장 씨가 입은 패딩 점퍼는 국내 B브랜드의 60만 원대 제품이었다. B브랜드 관계자는 “장 씨가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돼서 굉장히 놀랐다. 마케팅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라고 생각해 문의가 와도 알리지 않았다”며 “다만 청문회 뒤 서울 강남에서 ‘장시호 패딩’을 언급하며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전에도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2)이 검찰 출두 당시 착용했던 코트, 머플러, 가방 등도 블레임룩으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들은 블레임룩 현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 착용한 제품이 화제가 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장 씨 등의 패션에 쏠린 관심에 대해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을 왜 따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범죄자가 입는 옷이 왜 멋져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당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블레임룩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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