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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김용철]탄핵제도, 구체적인 보완 필요

입력 | 2017-01-05 03:00:00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대통령 탄핵제도를 가지고 있으나 유형과 운영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등과 함께 사법형 탄핵제도 유형을 취하고 있다. 즉 탄핵 소추 및 심판 기능이 모두 의회에 있지 않고 탄핵심판을 중립적 사법기관에 종속시켜 운영한다. 탄핵 사유에 있어 대통령의 정치적·도덕적 사유는 배제하고 헌법과 법률의 위반 사유만을 탄핵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다.

 탄핵심판은 사법상 헌법재판이지 정치재판이 아니다. 다만 대통령과 결부되는 탄핵 사유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정치성을 다소 내포하게 되는 것이지 정치적인 기준으로 탄핵심판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현대 정치사에서 대통령이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사례는 아직 없다. 그것은 탄핵의 헌법적·법적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역죄나 수뢰죄 그리고 중대한 범죄로 특별히 명문화하여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프랑스도 대역죄만 탄핵 사유로 인정하고 그 외 직무수행 과정상의 모든 범죄는 탄핵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통령 탄핵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대통령 파면은 국정수행의 단절로 국가 이익의 손실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는 국회 소추 사유 중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 위반만 인정하였고, 대통령의 측근 부정부패 등 다른 사유들은 헌법 위반이나 탄핵심판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현재 박 대통령에게 제기되는 의혹 가운데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들은 그 진실 여부를 떠나 개인 사생활에 해당되어 탄핵심판의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된다.

 우리나라 탄핵제도는 우선 탄핵 사유가 미국처럼 구체화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입법적 불비인데 대통령 파면을 위해서는 범죄의 기준을 명백하게 구체화해야 한다. 탄핵제도는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최고의 견제 수단일 뿐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대통령을 올바르게 견제하고 통제하는 성숙한 정치의식이 선행될 때 바람직한 탄핵제도의 운영도 가능할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