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안종범-정호성과 한자리에
5일 오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핵심 피고인 3인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재판정에서 방청객과 취재진이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최순실 씨(오른쪽 상단)를 비롯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딸의 체포 이후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던 최 씨는 이날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과 함께 법정에 섰다. 이번 사건의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이들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 최순실, 불리하게 진술한 안종범 정호성 노려봐
카메라 피하고… 구부정… 꼿꼿… 재판정 ‘국정농단 3人3色’ 최순실 씨(앞줄 왼쪽)와 국정 농단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가운데)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오른쪽)이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최 씨는 취재진이 법정 밖으로 나가자 고개를 들었다.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은 직접 구입한 밝은색 수의를, 안 전 비서관은 구치소에서 나눠준 갈색 수의를 입고 나왔다. 사진공동취재단
최 씨의 변호인이 검찰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부인하자, 재판부가 최 씨에게 직접 입장을 말해 보라고 기회를 주었다. 최 씨는 담담하게 “억울한 부분이 많아 (재판에서) 밝히고 싶다”고 답했다.
최 씨는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자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옆에 앉아 있던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려 한참을 노려봤다. 최 씨의 상기된 얼굴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두 사람에 대한 노여움이 담긴 듯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변호인과 대화를 나누며 법정을 빠져나가느라 최 씨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태연했던 최 씨와 달리 안 전 수석은 재판 내내 입을 꽉 다문 채 착잡한 표정이었다. 정 전 비서관은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담담히 정면을 응시했다.
○ 검찰 “대통령 공범이라는 증거 차고 넘친다”
최 씨는 이날도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공모 관계가 연결되지 않자 대통령을 공모 ‘중개자’로 설정했다”며 “공판에서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공모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공소 사실 전부가 허공에 떠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압수한 증거 인멸 정황 자료를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휴대전화 우측 상단 3분의 1 지점을 집중 타격해 완전히 부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복원 불가능” 등 구체적인 증거 인멸 방법이 담겼다.
정 전 비서관은 혐의 사실 인정 여부를 다음에 밝히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재판부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19일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등 향후 재판 일정도 확정했다.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다음 달 13일 이후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씩 재판을 할 계획이다.
권오혁 hyuk@donga.com·신동진·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