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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바라기]“내년 새해엔 어느 나라 무대에 서있을지 설레요”

입력 | 2017-01-06 03:00:00

<3> 뮤지컬계 새별 김수하




일본 도호 프로덕션 ‘미스사이공’에서 킴 역으로 공연 중인 배우 김수하. 그는 “올해는 영국, 일본에 이어 국내 무대에서도 팬들과 만나고 싶다”며 “앞으로 김수하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더뮤지컬 제공

 “올해에는 외국 동료 배우와 스태프가 ‘수하. 한국에 좋은 뉴스 있더라. 부러워!’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로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스 사이공’ 주인공을 맡았던 뮤지컬 배우 김수하(23). 2년 연속 해외에서 새해를 맞은 그는 현재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 역으로 일본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어느 나라에서 새해를 보내게 될까 기대된다”며 웃었다.

영국 웨스트엔드 ‘미스 사이공’ 무대에서 주인공 킴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수하. 영국 미스사이공 프로덕션 제공

 신인 배우 김수하에게 지난해는 믿기지 않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의 진가는 해외 스태프가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단국대 연극영화과 3학년생이던 그는 우연찮게 일본 도호 프로덕션 ‘미스 사이공’의 오디션을 보게 됐다. 노래 두 곡을 부른 그를 유심히 살펴본 영국 오리지널 프로덕션 관계자가 ‘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영국 뮤지컬의 대부 캐머런 매킨토시 측에 추천했다. 결국 그는 영국과 일본 두 나라의 ‘미스 사이공’ 킴 역에 동시에 캐스팅 됐다.

 영국 프로덕션에선 킴 역의 언더스터디(주역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때 투입되는 배우) 겸 앙상블 배우로 먼저 무대에 섰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주인공 킴 역을 오롯이 맡아 무대에 섰고, 총 33회를 소화했다.

 “해외에 처음 나간 것이 일본에 오디션을 보러 갔던 거였죠. 저는 정말 완전한 토종파예요. 영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영어 노래를 외우고 노력했어요. 공식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노래 전부를 다 외워버렸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매달렸죠.”

 어려움 없이 한번에 세계 메인 무대에 우뚝 섰기에 ‘금수저’로 보는 세간의 시선도 있지만, 어린시절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대학로에서 소극장 뮤지컬을 본 뒤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게 됐어요. 친구들이 뮤지컬 연기학원을 다닐 때 저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연습했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거든요. 돌이켜보면 어려운 환경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고, 노력파로 거듭날 수 있게 했어요.”

 그는 “누구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며 “다만, 늘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에게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 버전 ‘해외 취업 성공자’인 김수하는 올 한 해 외국에서 한국의 좋은 뉴스만 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회적 정치적으로 한국에서 여러 안 좋은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외국 동료 배우 및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던데, 무슨 일이야?’라고 묻곤 한다”며 “올해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외국 동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소식들만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가 닭띠 해잖아요. 닭이 우렁찬 울음으로 이른 새벽을 가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듯, 올해는 매일 활기찬 아침을 맞는 그런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