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자동차가 넘치지 않는 날이 다시 올까. 그렇다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거대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될까. 이런 질문들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요즘의 쇼핑 경로가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생각해보자. 얼른 생각나는 것만 해도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동네 가게, 재래시장, TV 홈쇼핑, 온라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모바일 쇼핑 등 과거와는 달리 시간과 장소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내 주변에 포진되어 있다. 자동차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더 편하고 빠른 이동의 욕구가 교통수단 발달의 동력이다. 그런데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윤리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 자동차의 성장 배경이다.
‘사고를 줄이고 이동하는 시간에도 운전이 아닌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자율주행차는 이런 욕구에 부응한다. 자동차 소유 비용도 줄이고 친환경에도 도움이 되면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 차를 탈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카 셰어링이 이런 필요에 딱 맞다. 그렇다면 도어 투 도어(집 밖에서 바로 타서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의미)의 편리함이 있고 아무 때나 혼자서 교통체증 없이 탈 수 있으며 이동하는 동안의 재미와 즐거움에 친환경 윤리까지 갖춘 자동차는 무엇일까. 자동화된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이다. 전기 자전거, 전동 휠, 전동 킥보드와 같은 것들이다. 시장도 커지고 있고 기술도 계속 발전하면서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지능적이고 재미있는 상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주차장에 전기 자동차나 자율주행차가 있다고 하자. 집을 나와 300m쯤 걸어가 과일을 좀 산 다음 200m 언덕을 올라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려 할 때 그 자동차들을 타고 가야 할까. 이것은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적절한 도로 환경만 만들어지고 새로운 규칙들을 갖춘다면 출퇴근이나 도심 이동에 더 많은 퍼스널 모빌리티들이 활용될 것이다. 미래에도 자동차는 인간의 다양한 이동 수단 가운데 하나로서 유용하겠지만 마치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여러 쇼핑 경로 가운데 하나가 된 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자동차가 덜 다니는 도시는 더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으며 더 숨쉬기 좋은 곳이리라.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