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1945∼ )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이제 2017년이다.
사실 신년을 신년답게 하는 것은 새 꿈을 꿀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 가능성이 적다고 해서 꿈꾸기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버리기에는 꿈이 너무 가엾고 아쉽다. 그래서 오늘은 새롭고 먼 꿈에 대한 시를 가져왔다. 외롭고 추운 날에도 꿈을 품었다는 한 사람을 가져왔다.
이 시에서 ‘한 그리움’은 혼자 있다. 그는 겨울 골목에서 추위와 외로움을 감내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에게는 새로움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시련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는 좌절한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으며 소망하고 있다. 시인은 스스로 그리움이 되어 보이지 않는 다른 그리움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와 같이, 마음속의 편지를 쓴다.
기약할 수 없지만 먼 훗날, 어느 날엔가 나의 꿈과 너의 꿈이 만날 것이다. 그는 나의 꿈과 너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꾼다. 물론 이 편지는 전달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꿈을 꾸지 않을 수는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 희망과 그리움조차 없다면 겨울을 견디기 어렵다고, 시인은 말한다.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