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섭의 TREND INSIGHT
2017년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욜로(YOLO)다. 이건 ‘트렌드 코리아 2017’에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즉 대표적인 트렌드 서적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2017년의 화두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도 연말연초 욜로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기사들은 미래의 희망이 없어진 세대, 특히 2030들이 욜로 라이프에 주목하며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며 작은 사치나 충동적 소비를 하고, 결혼이나 출산, 내 집 마련, 심지어 꿈까지 포기하고 단지 오늘만 누리며 사는 듯이 그려냈다. 욜로의 그림자라며 이들의 팍팍한 삶의 무게를 부각하기도 한다. 즉, 현실이 어렵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보니 그냥 오늘만 즐기며 흥청망청 사는 이들로 욜로 라이프를 단정 짓는 듯하다. 하지만 이건 심각한 오해다.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내일도 충실해질 수 있다. 오늘의 행복을 찾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내일이 막연한 미래라면, 눈앞의 오늘은 구체적 현실이다. 그래서 욜로 라이프를 누리는 이들을 투데이(Today)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투데이족은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며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 막연히 미래에 행복이 올 거란 뜬구름 같은 생각 대신,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시대에 우리가 오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미래가 불안하고 경제가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삶의 방식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성세대는 현재보다는 미래만 보고 살아왔다. 미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이나 행복은 잠시 포기하는 걸 당연시했다. 월화수목금금금 늘 일에 매달렸고, 그런 고생 끝에 내 집 마련도 하고 가족을 부양했다. 가족과 저녁을 먹는 일도 드물었고, 회식하고 인맥 관리한다고 밖에서 겉도는 가장이 많았다. 궁극에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걸 행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물질만능주의는 그렇게 자리 잡았고, 빈부격차와 빈부차별이 확산됐다. 과연 이게 행복한 삶일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그렇다고 우리의 행복이 끝나는 건 아니다. 불행만 주어지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고,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바로 욜로의 출발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 각자 자신만의 인생을 살 필요가 있다는 자각이 바로 욜로다. 그동안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왔다면 이젠 각자의 관심사에 시간도 쏟고, 각자의 인생관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남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지 말고, 자기만의 인생을 살자는 것이다. 욜로는 경제위기가 준 전화위복 같은 각성이기도 하다. 과거엔 돈 버는 게 인생 목표인양 살아왔던 이도 많았지만, 이젠 인생의 진짜 의미를 각자 고민할 시점이 왔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trendhitchhiking@gmail.com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며, 저서로는 <라이프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 <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 <라이프 트렌드 2014: 그녀의 작은 사치> <완벽한 싱글>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 <트렌드 히치하이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