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어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는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의 임직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외국인 존 리 전 대표(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망자 73명을 포함해 피해자 181명을 불러온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유해성도 확인하지 않고 ‘아이에게도 안심’이라고 광고한 기업의 최고책임자가 단죄받지 않다니 어이가 없다.
재판부는 “제품 안전성이나 표시문구가 거짓임을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히면서도 “존 리 전 대표와 직접 보고를 주고받은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해외에 있는 외국인 전 중간간부들을 e메일로 조사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제출한 증거를 재판부가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 검찰이 한심하다. 존 리 전 대표를 향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네 양심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외치다 방청석에서 끌려 나간 아이 잃은 엄마의 절규를 검찰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2011년 소송을 냈는데도 검찰이 작년에야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책임도 무겁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문제된 이후 환경부가 집계한 사망자만 113명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가습기살균제처럼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낸 제조사들에 손해액의 3배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손해배상의 한도를 미국처럼 10배로 해서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 제품을 만든 기업은 아예 문을 닫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