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美 3각 파도에 휩쓸린 한국]日,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통보
○ 삐걱대던 협상, 4개월 만에 중단
일본 정부의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 통보는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부산 ‘평화의 소녀상’ 문제 때문에 통화스와프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일본 측의 통보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나 미국 달러와 맞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200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됐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1년 700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갈등이 불거지며 규모가 줄다가 2015년 2월 완전히 종료됐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금융안전망 강화 조치로 정부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를 검토했다. 이후 8월 한일 재무장관의 합의로 실무협상을 진행해 왔다.
어렵게 협상이 시작됐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해 12월 초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이 정체되고 있다. 누가 내용을 결정하는지 알 수 없어 협상할 방법이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협상이 중단된 게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결국 부산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는 일본과 더 이상 마주 앉기 어렵게 됐다.
○ 갈수록 커지는 대외변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 중단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에서 실제로 이행되는 제도라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달러화나 엔화를 끌어다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당장 국내에서 달러화가 빠져나가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험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응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올해 10월 끝나는 한중 통화스와프에도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양국 정부가 만기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통화스와프 규모는 3600억 위안(약 63조 원)이다.
외환시장의 안전핀 성격이 있는 통화스와프 재개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정부로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충격에 대비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을 피하면서도 외환보유액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