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美 3각 파도에 휩쓸린 한국]日이 문제삼아 철거 요구한 소녀상은
부산의 소녀상 건립 움직임은 ‘한일 정부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2015년 12월 28일 직후 본격화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70여 개와 대학생 청소년 등은 ‘미래 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추진위)를 결성했다. 추진위는 약 1년간 시민 8180명의 서명을 받고 성금 8500만 원으로 소녀상을 만들었다. 또 350일간 부산 동구 고관로 일본영사관 앞에서 700여 명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관할인 동구는 도로교통법을 이유로 설치 불허 방침을 밝혔다. 그 대신 영사관 근처 정발 장군 동상 근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추진위는 반드시 영사관 앞에 세워야 한다며 맞섰다. 양측 협의가 여러 차례 진행되던 중 동구가 영사관 앞 인도 근처에 트럭을 갖다 놓으며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28일 트럭이 옮겨진 사이 추진위는 기습적으로 소녀상(무게 1.7t)을 지게차에 실어 영사관 앞 인도에 내려놓았다. 이들이 소녀상을 고정시키려 하자 출동한 경찰이 막아섰고 30여 명이 농성을 시작했다. 동구 직원들은 몸싸움 끝에 행정대집행에 나섰고 결국 소녀상을 트럭에 실어 치웠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 회원 13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누리꾼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박삼석 동구청장은 압수한 소녀상을 이틀 만에 추진위에 돌려줬다. 그리고 영사관 앞 설치를 사실상 허용했다. 이에 추진위는 12월 31일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한편 일본 정부의 항의와 관련해 추진위는 성명서를 내고 “일본은 무례한 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에 대한 공식적 사죄와 법적 배상에 나서야 한다”며 “그 길만이 소녀상 설치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