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美 3각 파도에 휩쓸린 한국]日, MB 독도방문 이후 첫 대사소환 국내 우익여론 의식해 한국에 화살… 美 “한일합의 착실히 이행을” 맞장구 中, 조기대선 겨냥 ‘사드 지연작전’… 주한 副대사 직급 낮춰 신경전도
마침 일본 보수우익 진영은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일본 내부에서는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 엔(약 102억 원) 지급은 서울의 소녀상 철거를 조건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합의 내용은 이행돼야 한다”며 여론을 거스르고 송금을 마친 상황이었다. 일종의 ‘명분 쌓기’를 마친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의 부산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 관저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당한 형국”이란 험한 말마저 나왔다.
부산 소녀상이 들어선 지난해 12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연말연시 휴일이 끝나자마자 나온 이번 대응 조치는 마치 군사작전처럼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미국 워싱턴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 참석한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5일(현지 시간) 한국 측 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항의하는 형식으로 기수를 들었다. 이후 아베 총리가 6일 오전 9시 40분경 조 바이든 부통령과 30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한일 양국 간이 아니라 미국을 끌어들인 것은 워싱턴을 등에 업고 서울을 설득하려는 도쿄의 ‘역 위안부 외교’로 풀이된다. 한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호소해 결국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녀상 철거의 뜻을 이루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를 지지하며, 양측에 의해 착실하게 이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이달 27일로 추진하고 있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 이슈를 적극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인 상태에서 한국이 이에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사전에 면밀히 계산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이런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4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한국이 사드 문제를 가속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대응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6일 이임한 하오샤오페이(학曉飛)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공사)의 후임에 직급이 한 단계 낮은 진옌광(金燕光) 공사참사관이 부임한 것도 중국 측의 신경전으로 관측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5일 ‘사드 배치 중단을 주장하는 그가 차기 한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집중 분석해 한국의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