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美 3각 파도에 휩쓸린 한국]탄핵정국 속 외교 컨트롤타워 부재 주일대사 귀국 ‘맞불조치’도 머뭇… 주변국 강수에 수세적 대응 그쳐
외교부 불려간 주한日대사 6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운데)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윤 장관은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해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일본 측 조치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 당국자는 “소녀상은 부산 동구청장이 철거했다가 여론을 수용해 설치로 결국 돌아선 사안”이라며 정부가 방조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일본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에 이어 일본에 대해서도 저강도 대응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응 조치에 나서지 않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태도다.
다른 당국자는 “대사의 귀국에 대해 일본은 ‘한국 상황 보고용’이라고 설명했다”며 “상징적 조치인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초 귀국하는 일본대사가 조만간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장 고조보다 상황 관리가 낫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외무부 아주국장 출신인 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은 “일본이 미국에는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통해 호의로 대하고, 한중에는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자극하는 이중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이 중일 모두에 전선(戰線)을 형성할 수 없는 만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일은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기 정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외교 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직무정지로 외교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한국은 공세적 대응을 위한 조직력과 민첩성 모두 약해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통령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 국무총리실 외교 보좌진은 각자 별도로 업무를 보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업무를 조율해도 정상 구조보다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