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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송수근 아는게 많아 등돌릴 우려… 차관으로 승진시켜야”

입력 | 2017-01-07 03:00:00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51) 등 수뇌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리스트의 실체를 잘 아는 송수근 문체부 1차관(56)의 승진을 논의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특검은 유동훈 문체부 2차관(58)이 지난해 12월 조 장관에게 당시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송 차관을 거론하며 “아는 게 너무 많아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승진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은 3일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해 이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팀은 문체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송 차관을 승진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차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 야권의 반발 속에 임명한 첫 차관급 인사다. 송 차관은 기획조정실장 당시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 차관은 기자에게 “정무직 인사는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송 차관 승진 인사 건의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대변인실도 “큰 위기를 맞은 문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부 승진 인사를 했던 것”이라며 “송 차관은 국회 및 문화예술계 등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풍부해 문체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에 적임자였다”고 해명했다.


○ 문체부 내부 반발 확산, 버티는 조윤선

 

블랙리스트 의혹 휩싸인 조윤선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확보 관련 정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고 있다. 조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검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문체부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문체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이 지경이 됐으니 국회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조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모른다”고 주장해 온 조 장관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에는 차관들까지 가세해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재차 건의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이제 와서 인정하면) 파급이 커서 인정할 수 없다”고 또다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6일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모 대사는 2013년 6월∼2014년 6월 대통령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 대사는 특검에서 의혹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노태강 전 국장도 회유 의혹

 특검은 또 지난해 12월 중순 조 장관의 지시로 유 차관과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을 접촉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 전 국장은 문체부 재직 당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승마 비리를 조사했다 직위 해제됐다.

 특검은 문체부 수뇌부가 노 전 국장을 회유하기 위해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사실상 쫓겨났던 노 전 국장이 이를 특검에서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던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9월 정 씨가 참가한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비롯해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했다가 같은 해 11월 직위 해제됐다. 당시 노 전 국장은 “승마계에서 최 씨의 비호를 받는 측과 반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조사 결론을 내렸다.

 당시 문체부 내에선 신망이 높았던 노 전 국장의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에 대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노 전 국장은 현재 한국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특검은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하며 노 전 국장에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체육계 인사들이 선망하는 자리 중 하나다. 하지만 노 전 국장은 유 차관에게 “아직 조직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단칼에 제안을 물리쳤다고 한다.

 유 차관은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을 접촉한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이미 노 전 국장 관련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뒤늦게 회유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국장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와 문체부 내부 여론을 반영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권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