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초긴장
이에 따라 조만간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과 중국의 주요 통화정책 목표인 ‘외환보유액 3조 달러’ 선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위안-3조 달러’ 붕괴로 중국 증시가 요동치면 1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질식시킨 ‘차이나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
○ 中 당국 ‘환율 방어’ 안간힘
7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조100억 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3조 달러 선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는 2011년 2월(2조9914억 달러)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적다.
위안화 약세로 외화자본 유출 규모가 커지자 중국 당국은 6일 전격적인 위안화 절상 조치에 나섰다. 런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0.92%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달러당 6.8668위안에 고시했다. 하루 절상 폭으로 2005년 7월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역내시장의 위안화 환율은 전날보다 0.69% 오른 달러당 6.9241위안에 마감했다. 역외 환율도 1% 이상 뛰었다. 당국의 정책 약발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는 시장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 “‘달러당 7위안-외환보유액 3조 달러’ 깨진다”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와 자금 유출을 통제하지 못해 이르면 이달 중 외환보유액 3조 달러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위안화 약세→당국 개입→외환보유액 감소→자본 유출 심화→위안화 약세’라는 악순환에 빠져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적정 외환보유액 최저선(2조8000억 달러)도 위협받을 수 있다.
7위안 시대는 중국에 ‘양날의 칼’이다. 해외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증시 이탈과 그에 따른 주가 폭락이 우려된다. 더군다나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환율 조작국 지정과 무역 보복을 주장하고 있어 위안화 절하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더 어렵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달러당 7위안을 넘는다는 건 중국 경제의 불안이 커진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신흥국 전체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화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 원화의 동반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이어져 국내 금융시장의 자본 이탈이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적절한 시장 개입을 통해 이런 부작용을 통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은 6일 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대외 개방 확대, 외자 유인책 강화 등 20개 항목의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위안화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임수 imsoo@donga.com·이건혁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