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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한국경제, 제 길로 가고 있다

입력 | 2017-01-09 03:00:00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리 인생 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에 어두운 숲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의 첫 문장이다. 단테가 활동하던 중세 말 이탈리아 피렌체는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고, 단테 자신도 망명지에서 ‘신곡’을 집필했다. 최근 직면한 어려움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경제가 길을 잃고 어두운 숲속에서 헤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정유년 새해부터 전례 없는 대내외 도전 요인들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금리 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놓였다. 국내에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어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해외 언론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국이 불확실성의 시기로 들어섰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는 튼튼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고 꿋꿋이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해외 투자자와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고 신뢰를 튼튼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11일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열게 된 이유다.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는 우선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할 것이다. 경제는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각 부처의 유기적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 정책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국회의 협조도 안정에 기여했다. 400조 원에 달하는 올해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무리 없이 처리됐다. 한국은 단기적인 리더십 공백을 시스템으로 메울 수 있는 성숙한 체제를 이미 갖추고 있다고 강조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도 대외 건전성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인구 2000만 명,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12개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말 기준 3711억 달러로 단기 외채의 3배가 넘는 수준이며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대다수 국가의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했지만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영국, 프랑스와 같은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장단기 도전 요인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설명회에서 강조할 것이다. 올해는 가용 재원 활용을 극대화하여 20조 원 이상 경기 보강을 추진하는 등 거시 정책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한다. 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 산업 구조조정은 원칙에 입각하여 추진하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낮출 계획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단과 만나 미국 신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노력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 한국 경제는 위기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곧 다시 일어섰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튼튼해졌다. 지금의 불확실성은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중심을 똑바로 잡고 가야할 길을 가고 있음을 월가에서 명확히 설명할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