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인적 쇄신은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며 “이것만이 당이 살고, 보수가 살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밝히기로 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국민의 뜻에 따라 절제된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취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눌러앉을 뜻을 밝혔다. ‘절제된 인적 쇄신’이란 서청원 최경환 의원만 탈당시키겠다는 뜻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친박(친박근혜) 핵심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며 “1월 6일까지 결단해 달라. 1월 8일 모든 결과와 제 거취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적 청산’에 실패할 경우 위원장직 사퇴를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친박계 의원 중 자진 탈당한 사람은 이정현 정갑윤 의원밖에 없다. 탈당을 요구받는 서청원 의원은 7일 “인 위원장은 개혁을 빙자해 정통 보수당인 새누리당을 정체불명의 급진 정당으로 만들고 있다”며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인 위원장이 친박계 압박 카드로 자신의 퇴진을 약속했지만 결국 빈말이 돼버렸다. 친박을 내치지도 못한 채 자신은 다시 자리에 눌러앉아 ‘말 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다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꺼냈지만 한번 말 바꾼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탈당해 창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어제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결정했다. 바른정당은 보수개혁을 내걸었지만 국민들 눈엔 아직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8.3%로 새누리당 지지율(13.7%)보다도 낮다. 새누리당이든 바른정당이든 보수가 개혁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만 쳐다보는 형국이 보수 유권자들을 암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