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월 둘째 주 지정절차 시작 교육청 11곳은 승인거부 방침… 교육부선 타당성 법리검토 착수 2020학년도 수능 한국사 시험에 국정교과서 내용도 출제하기로
교육부는 또 새 학기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출제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 집단행동 교육감들에 칼 가는 교육부
교육부령인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 추진이나 교과용 도서 검증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 원래 연구학교는 교육부가 직접 지정해 왔지만 2008년 ‘학교 자율화 계획’에 따라 지정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의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했지만 희망하는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해 올해부터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쓰게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논의를 거쳐 교육감에게 신청하면 연구학교로 지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적어도 11곳은 연구학교 승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연구학교 지정 계획에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는 아예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서울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인 ‘특별한 사유’에 대한 해석 문제다. 시도교육청은 국정 교과서 추진 과정이 비교육적이고, 사회적 갈등이 학교로 들어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점이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전에 연구학교를 지정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이고, 반대에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일단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학교로 연구학교 관련 공문을 전달하지 않겠다는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교육부가 직접 일선 학교에 공문을 전달하거나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경우 교육부가 어떤 조치로 대응할지, 시도교육청의 승인 거부 사유가 타당한지 등에 대해 법리적 검토 및 대응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의 다른 관계자는 8일 “2020학년도 수능 한국사 시험의 출제 범위에 기존 검정 교과서 8종 외에 국정 교과서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18학년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므로 2021학년도 수능부터 출제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국정 한국사 교과서가 다른 과목과 달리 한 해 빨리 올해부터 연구학교에서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2020학년도부터 출제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검정 8종과 국정 1종 등 총 9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에서 공통된 부분만 수능 문제로 출제하면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본다. 교육과정이 다르지만 교과서에 담긴 역사적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공통 문제를 추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과 검정 간 기술에 차이를 보이는 내용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1948년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인지, ‘대한민국 수립’인지를 묻는 문항은 2020학년도 수능에 출제되기 어렵다. 국정 교과서를 수능 범위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일각에선 국정 반대화에 나서고 있는 교육감들의 행동에 맞서 연구학교로 신청을 할 학교에 힘을 실어 주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덕영 firedy@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