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엔 내… 한국이 성의 보여야”… 서울-부산 소녀상 철거 공개압박 정부, 상황 잠잠해지기만 기다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는 8일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일본은 한일 합의에 따라 10억 엔(약 103억 원)을 출연했다”며 “한국은 서울과 부산의 소녀상에 대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공개 압박했다. 이어 그는 “2015년 12월의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한일 양국이) 서로 확인했다”며 “한국은 이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라고도 말했다. 최근 공세가 차기 정부의 재협상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임을 명백히 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를 발표한 6일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같은 날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한국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다”고 8일 보도했지만 한국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일본 외무성은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를 9일 일시 귀국시킨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들이 무기한 철수하는 게 아니어서 사태가 소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견 외교관은 “부산 소녀상은 정부의 만류와 저지에도 민간단체가 설치를 강행한 것”이라며 “이를 놓고 일본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일본이 과격한 행보를 보일수록 한일 합의를 지속 이행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