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파도 휩싸인 한국 외교]“용단 높게 평가” 밝혔던 반기문, “합의 내용 환영한건 아니다” 선회
《 올해 대선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위안부 소녀상 등 외교안보 이슈가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으로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 일본은 소녀상 철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에 몰아치는 삼각파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국내 여론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지가 차기 대통령의 주요 자질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얘기다. 》
한일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한 여야 대선 주자들의 견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찬반이 명확하게 나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달리 반일 정서가 강한 국민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드 문제에 대해선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소녀상 문제는 다른 잣대로 접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소녀상 이전을 공개 촉구한 데 대해선 여야 주자 모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우리 국민의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소녀상은 일본의 인권 유린 만행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의사를 표시한 행동이므로 철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일본 지도자의 진정한 사죄를 통해 한국 국민과 위안부 피해자의 마음에 접근해야 한다”며 “소녀상 문제는 정부가 막거나 통제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 통화에서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반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1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0)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양국의 문제 해결 노력을 환영한 것이지, 합의 내용을 환영한 게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뒤 진전된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석 coolup@donga.com·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