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비대위장 ‘새누리 장악’ 가속도
단호한 표정의 인명진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적 청산 완수를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왼쪽은 이현재 정책위의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우군 등에 업고 ‘서청원 고립’시킨 인명진
인 위원장은 이날 “오늘의 국정 파탄은 몇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패권 정치, 패거리 정치, 소통 부재, 밀실 정치에 의한 사당(私黨)화의 결과”라며 “당분간 진통은 계속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진통은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모의 아픔이자 찬란한 아침이 오기 전 잠시의 어둠”이라고 했다. 친박계 핵심들이 아무리 반발해도 여론과 시간은 자기편이란 얘기다.
당 안팎에선 서 의원 등이 버티면 강제로 밀어낼 방법은 마땅치 않지만 이미 이들의 손발을 묶은 만큼 ‘인적 청산 국면’에서 사실상 인 위원장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 소속 의원 99명 가운데 68명(68.7%)이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백지위임했다. 현 사태를 관망하는 일부 중도 성향 의원을 제외하면 서 의원에게 동조하는 친박계를 10명 안팎으로 묶어놨다는 얘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인 위원장의 자택을 찾아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그림자처럼 묵묵히 지원할 테니 구원의 빛이 돼 달라”고 요청했고 인 위원장은 “국민의 뜻만 바라보고 판단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날 사실상 친박계로부터 공천장을 받은 비례대표 의원 12명이 인 위원장 지지 선언에 동참한 데 이어 9일에는 초선 의원 30여 명이 같은 성명을 낼 예정이다.
○ 서청원 “법적 대응 불사”
인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서 의원은 “각종 우호적인 당내 기구를 동원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백지위임한 의원들의 실명 공개도 요구했다. 서 의원은 “당 지도부에 고백성사를 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암흑기 중세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퇴행적 행태”라고 날을 세웠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위계와 강압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의 반발에 또다시 농담조로 받아쳤다. 서 의원의 고발 방침을 두고는 “오랜만에 별(전과·前科) 하나 더 달게 생겼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두 차례 투옥된 경험이 있다.
비대위원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포함된다. 이후 청년과 농민, 비정규직 등 정치 취약계층에서 비대위원을 공개 모집할 계획이다. ‘국민참여형 비대위’가 인 위원장의 첫 쇄신 밑그림인 셈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