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왼쪽)과 이수현.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고 웃음이 나고 하잖아요. 그건 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예요. ‘힘내라’ ‘잘될 거다’ 하는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 드리고 싶어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본사 6층. 맞은편에 앉은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등 너머, 유리창 밖으로 겨울 한강이 보였다. 자동차의 행렬은 양화대교 위를 부단히도 오갔다.
서울은 남매의 ‘로망’이었다. 선교사인 부친을 따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살던 사춘기 5년간 그랬다. “예쁜 여자, 멋진 남자, 좋은 건물…. 우리나라인데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어요.”(수현) “어려서부터 이곳(서울)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 거죠.”(이찬혁·21·이하 찬혁)
“행복한데 가끔은 몽골이 그리워요. 거기 정말 추운데 저희 집에 차가 없어서 가족 모두 함께 장을 보려고 두 시간 정도 걷다 발가락에 동상이 걸렸던 기억이 나요.”(찬혁) “밤에 별이 진짜 예쁘거든요. 또, 방음이 안 되는 낡은 아파트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침대 위에서 기타를 치면서 오빠랑 함께 뛰고 놀았던 게 그리워요.”(수현)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교를 포기하고 집에서 생활하며 둘이 좋아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때다. 희망도 꿈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그들은 스스로 희망을 만들고 있었다.
1집 ‘PLAY’(2014년)는 세월호 참사 즈음에 나왔다. 어른을 얼음에 비유한 노래 ‘얼음들’이 화제가 됐다. ‘Give Love’의 뮤직비디오엔 노란 리본이 등장했다. 3일 발표한 3년 만의 정규앨범 ‘사춘기 하(下)’는 공교롭게도 촛불 정국에 나왔다. 마지막 곡 ‘그때 그 아이들은’이 범상치 않게 들린다. 남매는 세월호에 탄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다.
“사회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A4 용지에 자기 꿈을 적어 가슴에 붙이고 운동장을 달렸거든요. ‘경찰’ ‘대통령’이라고 쓴 아이들도 있었고…. 전 ‘소방관’이라 썼는데 가수가 됐네요. 그때 그 친구들의 꿈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문득 궁금했어요.”(찬혁)
앨범 제목 ‘사춘기’는 음악적 성장 선언이다. 찬혁은 “통통 튀고 톡 쏘는 음악은 우리의 장점이자 한계”라면서 “음악적으로 어른이 되는 시기가 필요하니 ‘사춘기를 겪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평범한 명곡을 더 많이 쓰고 싶다”는 둘은 ‘리얼리티’ ‘못생긴 척’, ‘YOU KNOW ME’, ‘그때 그 아이들은’을 만들며 각각 장기하, 김윤아, 김동률을 떠올렸다.
수현이 운전대를 잡고 강변북로를 달릴 새봄에 한강의 풍경은 얼마큼 바뀌어 있을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을 저는 제 노래 속에 만들어요. 노래가 나무고 땅이고 하늘이에요. 새해에는 노래 속에 있는 세상에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찬혁)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