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 ‘초조한 미국’
중국의 대표적인 우익 성향 신문인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평론 및 논설위원 등을 지내다 ‘런민(人民)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을 맡고 있는 왕원(王文) 연구원의 ‘초조한 미국(美國的焦慮·사진)’은 중국 국력의 상승에 따라 미국을 보는 중국 학자의 시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왕 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이 전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특히 미소 냉전에서 승리한 것이 미국의 시장 및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특징 때문이라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0여 년간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한 것은 체제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유럽 대륙이 전쟁에 빠졌을 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19세기에만 유럽 대륙에서 최소 8차례 큰 전쟁이 났지만 미국은 별다른 영향 없이 오히려 공업화를 가속화하고 국제무역의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다. 20세기에도 두 차례의 세계 전쟁으로 독일 소련 일본 중국 등 잠재적 경쟁 국가들이 국력이 피폐한 시기에 미국은 패권을 차지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이를 유지하는 체제로 이득을 취했다는 설명이다.
왕 연구원은 또 미국이 체제 때문에 굴기했다면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 약 20년간은 왜 침체에 빠졌느냐고 반문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 개혁의 방향을 얘기할 때 미국 체제를 본받아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아직 세계 제1강국이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분야도 많다며 공업 생산, 무역량 등을 예로 든다. 아직 가장 차이가 큰 것은 금융과 군사력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렇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종이호랑이’ 미국이 많은 문제점을 나타낸 것에 비해 중국이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을 보면서 “중국인들의 미국 신화는 당연히 부서져야 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중국이 갈 길은 미국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탈(脫)미국’, 즉 미국이 가지 않은 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 연구원은 ‘초조한 미국’과 관련해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과거 소련과 일본이 급성장할 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았으나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억제할 결심을 하지 못하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폴 케네디 교수의 저서 이름처럼 ‘강대국은 흥망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해줘도 미국의 많은 학자와 관리들은 중국의 굴기에 초조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