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어 기시다 외상 한국압박… 정부는 ‘日대사 곧 복귀할 것’ 기대 中은 한일 갈등 고조 내심 즐겨
“소녀상 유감” 본국 돌아간 주한日대사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본국으로 일시 귀국 조치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9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가미네 대사는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을 뿐 한국으로 돌아올 일정 등에 대해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9일 정오경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東京)로 돌아갔다. 나가미네 대사는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에서는 관계자와 회의 등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도 김해공항을 통해 이날 오전 일본으로 떠났다.
구체적인 대응책 논의는 현재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11일 귀국하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외상은 8일(현지 시간) 체코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합의가 세계의 많은 국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에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 2015년 12월 28일 서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위안부 합의를 한 당사자인 그는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일본)의 공관 앞에 소녀상이 새로 설치된 사태는 극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본이 지난해 하반기 추진하다 무산됐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2월 개최한다는 계획이고, 북한의 도발도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로서도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소녀상은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설치를 강행한 것이어서 철거하기 어렵고 이 문제로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견 외교관은 “일본이 보이고 있는 역사 관련 행보는 일본 국내 보수층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고 이는 결국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을 내팽개치고 중국과 맞대결할 수는 없는 만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한국을 끌어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9일 한일 간 위안부 소녀상 갈등에 대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실패라는 주장을 폈다. 한국을 상대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저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일 갈등이 한미일 협력체제 균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방송 CCTV 홈페이지인 양스왕(央視網)은 한일 갈등이 고조된 배경에 대해 “미국 주도로 추진돼 온 한미일 3국 동맹은 현재 그 추진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략이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