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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대 국정기조’도 최순실과 설계

입력 | 2017-01-10 03:00:00

檢 ‘정호성 녹취록’ 추가증거 제출
朴대통령이 문화융성 의견 묻자… 최순실씨 “문화체육융성으로” 역제안
대통령 “너무 노골적”… 체육 제외, 경제부흥은 최순실 아이디어 반영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3대 국정기조’(문화융성-경제부흥-국민행복)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논의를 거쳐 나온 사실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일정관리와 메시지를 총괄한 정황도 담긴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및 당선인 시절에 최 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정 전 비서관의 녹취록을 최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취임식을 앞둔 2013년 2월 중순 최 씨와 국정기조에 들어갈 표현을 논의하면서 “국민교육헌장을 가져와 보라.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8년 만든 국민교육헌장이 현 정부 3대 국정기조의 원전(原典)이 된 것이다.

 박 대통령과 최 씨는 이어 ‘창조’ ‘문화’ 등의 단어를 놓고 함께 고심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창조문화’로 할까, ‘문화창조’로 할까”라고 의견을 구하는 식이다.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문화융성’으로 하자”고 의견을 피력하자 최 씨가 “문화·체육융성’으로 하자”고 제안하는 내용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면 역풍을 맞는다”고 지적하자 최 씨는 ‘문화융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했다. 특검 안팎에서는 ‘체육’을 국정기조 전면에 내세우면 스포츠를 우민화(愚民化) 정책으로 활용한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걱정을 한 것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행복’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국민들이) 살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하던 끝에 3대 국정기조에 포함됐다. ‘경제부흥’은 순전히 최 씨의 아이디어로 반영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논의한 대로 2013년 2월 25일 정부의 3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같은 해 5월 국무회의에서 3대 국정지표에 ‘평화통일’을 추가한 ‘4대 국정기조’를 확정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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