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경제부 기자
일각에선 평가절하의 소리도 여전하다. 한 펀드매니저는 “솔직히 반도체 공급사에 불과하다. 일본 중국 대만 등 반도체 시장 경쟁자들이 언제든 역전할 수 있지 않느냐”고까지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의 반전은 예고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머신러닝,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및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확산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반도체는 일반인들이 손으로 만지고 사용하는 소비재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나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미국 테슬라처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는 주인공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 못잖은 인기를 누린다. 비결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며 진행 중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올라탈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주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앞세워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 스틸러(Scene stealer·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의 조연 기업들은 짊어져야 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2년 이상으로 벌렸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높여 나가고 있다. 마치 신 스틸러가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띄워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앞으로 국내에 신 스틸러가 더 많이 나오길 고대한다. 국내 시장의 규모와 경쟁력을 생각하면 소재분야, 뿌리산업에서 제2, 제3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통할 기술이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증명하고 있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