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역대(歷代)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또는 그동안’을 뜻한다. 그리고 ‘급(級)’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에 준하는’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말법대로라면 부장급처럼 써야 하는 ‘급’을 역대에 붙일 순 없다. ‘역대 최고급’을 역대급으로 줄인 꼴이니. ‘역대 최악의 폭염’ ‘역대 최고의 신인’처럼 써야 옳다. 굳이 ‘급’을 붙이고 싶다면 ‘역대 최고 수준급 경기’처럼 쓰면 된다.
하지만 어쩌랴. 말의 주인은 언중이다. 역대급이라는 낱말이 생명력을 유지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온라인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엔 역대급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폄(貶)’은 ‘남을 나쁘게 말함’이고, ‘폄훼(貶毁)’는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그냥 깎아내리는 것은 ‘폄하다’로, 깎아내리면서 헐뜯기까지 한다면 ‘폄훼하다’를 쓰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폄하하다 폄훼하다 같은 어려운 한자어 말고 ‘깎아내리다’처럼 쉬운 말을 입길에 올리는 것이다. ‘인격이나 권위 따위를 헐뜯어서 떨어지게 하다’라는 뜻이니 딱 들어맞는다.
또 잘못 쓰기 쉬운 한자말로 ‘민폐(民弊)’가 있다.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쳤습니다’라고 할 때의 민폐 말이다. 민폐는 ‘공무원이 민간에 끼치는 폐해’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민폐를 끼친다고 할 수 없다. ‘폐를 끼쳤다’ ‘폐가 많았다’고 해야 옳다. 공인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흔히 관리를 말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