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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정원호]동물 복지 축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입력 | 2017-01-10 03:00:00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농업을 인간과 자연의 공생과 생명 순환 원리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까지 인간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산성 향상에만 목적을 두고 농업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향후 지속 가능한 농업 유지에 위협을 받게 됐다.

 축산은 더 심각하다. 인간의 탐욕으로 가축들은 평생 햇볕도 못 받고 몸 한번 돌릴 수 없는 좁고 더러운 축사에서 항생제를 먹고 사육되고 비윤리적으로 도축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비위생적으로 사육 도축되는 공장식 축산은 가축은 물론 소비하는 인간에게도 해롭다. 이로 인해 지속 가능한 농업의 일환으로 동물 복지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닭 오리 등 가금류 3000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AI도 사후 방역만 할 것이 아니라 가축 스스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물, 공기, 햇볕을 누릴 수 있는 동물 복지 농장에서 사육된 가금류의 AI 감염 가능성이 크게 낮은 것은 이번에도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농가들이 공장식 밀식 사육을 택하는 것은 동물 복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동물 복지를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동물 복지 인증 농가에 일정 금액을 보조해 주는 직접지불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유기 및 무항생제 사료로 키우는 가축에 대해서는 친환경 축산물 직접지불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사육 환경과 운송·도축까지 고려하는 동물 복지 직접지불제까지 확대돼야 한다. 둘째, 동물 복지 인증 농가가 생산하는 고품질 안전 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고 교육하여 소비자들의 인식을 제고하여야 한다.

 셋째, 동물 복지 및 친환경 축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함으로써 중간 마진 없이 축산 농가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가축 전염병을 줄이기 위하여 근시안적 방역 및 도살 처분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방안인 지속 가능한 축산으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항생제에 찌든 축산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거나 가축들이 잔인하게 도살 처분당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