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앞두고 1000만원 들여 구입, 상대 분석 막히면 해외리그 눈돌려 묘수 떠오를 때 많아 꼬박 밤새워… 현대캐피탈 선두질주 숨은 공신
최태웅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감독이 충남 천안시에 있는 숙소 겸 연습장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모니터 6개가 달린 자기 컴퓨터 앞에 앉아 미소짓고 있다. 최 감독은 모니터를 각각 국내 프로배구 시청용, 전력 분석용, 해외 리그 중계 시청용, 해외 리그 기록 실시간 확인용 등으로 구별해 사용한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주문했다. 예전부터 이런 컴퓨터를 꼭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CPU(중앙처리장치)도 10개짜리(데카코어)다. 주문을 마치고 카드로 결제하려니 손이 떨리기는 하더라”며 웃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1000만 원 정도 준 걸로 들었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린 최 감독에게 이 컴퓨터는 ‘배구 덕질’을 완성시키는 도구다. 덕질은 ‘덕후 활동’이라는 뜻이고, 덕후는 누리꾼들이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를 소리가 비슷한 오덕후로 바꾼 데서 나온 말이다.
최 감독은 “다음 상대 팀 경기를 분석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 눈길만 돌리면 해외 리그 경기 장면이 보인다. 그걸 보면서 우리 팀이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했을지 궁리하다 보면 상대 팀을 꺾을 방법도 떠오르곤 한다. 그런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 밤을 새운 적도 많다”고 말했다.
태블릿PC를 손에 든 채 작전을 설명 중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현대캐피탈 제공
유망주 후원도 최 감독의 배구 덕질 중 하나다. 최 감독은 “큰돈은 아니더라도 배구 유망주들이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최태웅 배구상’을 만들려고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