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 측이 어제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7시간 답변서’를 제출했다. 국민은 세월호 7시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실망하면서도 이번 답변서 제출로 모든 의문을 씻고 논란이 종결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벼르고 별러서 낸 내용이 고작 이 정도면 의문은 풀릴 수 없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월호 7시간’은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대리인 측이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 및 성실 직책 수행 의무 위반 사항”이라며 탄핵 사유로 넣은 것이어서 헌재의 판단이 필요한 쟁점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은 16쪽짜리 답변서에서 “대통령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당일 19번의 보고를 받고 7번의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7시간 동안 평균 20분마다 줄기차게 보고받고 지시했으니 절대로 대통령 직분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는 대리인 측의 항변이다. 그러나 이진성 헌재 재판관은 “답변서가 (헌재의) 요구에 좀 못 미치는,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시 몇 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보고를 꼼꼼히 챙기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위기 상황에 적절한 지시를 내렸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답변서는 지난해 11월 19일 청와대가 밝힌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 머리 손질과 서면 보고 등 의미 없는 내용 5개가 추가됐을 뿐이다. 이것 때문에 답변서 작성에 19일이 필요했단 말인가. 26번이나 보고 및 지시를 한 박 대통령이 정작 당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며 엉뚱한 질문을 한 이유가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시 역시 매번 ‘철저 구조’ 등 원론에 그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