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차은택 공판서 진술 공개 “권오준에게 연락해 문제 풀라”… 안종범에 순방중 일일이 지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 등을 앞세워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했을 때, 박 대통령이 이 일에 깊숙하게 개입한 사실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에도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이 문제를 적극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9) 등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 상황’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경제수석실 작성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2015년 10월 안 전 수석이 포레카 매각 진행 상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안 전 수석은 이 문건에 자필로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 조치’라고 포레카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 방안도 적어 놓았다.
이날 함께 공개된 안 전 수석의 검찰 조서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포레카가) 대기업 계열사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에 다시 매각되는 일이 없도록 살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국내에 있던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 말했던 포레카 매각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권 회장과 연락해 문제 있는 걸 바로잡아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그는 포레카 매각 협상 중 권 회장과 네 차례 직접 만나고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차 전 단장과 송 전 원장 등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포스코로부터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 씨에게 “회사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협박해 회사 지분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요 미수) 등으로 기소됐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