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檢 ‘정호성 녹취록’ 17건 법원-헌재에 제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네거티브 대응 전략’까지 총괄한 사실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 포함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검찰은 최 씨가 국정 농단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정 전 비서관마저 박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자 그간 공개하지 않은 녹취록 224건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 등 17건을 우선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 崔 “‘이정희, 27억 원부터 토해 내라’고 해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5일 법원에 제출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이 2012년 12월 10일 열린 대선 후보 TV 2차 토론을 앞두고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며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4일 1차 TV 토론에서 박 대통령이 10·26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서 생활비로 6억 원을 받은 일을 두고 “당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30채 값으로 지금 시가로 300억 원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냈느냐”며 박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2차 TV 토론에서 최 씨의 제안대로 “(이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끝까지 갈 생각 없이 27억 원을 받으면 ‘먹튀법’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불과 6일 전 토론에서 “6억 원은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막막한 상황에서 경황없이 받았다”고 말하던 수세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崔, 황우여-이정현 발언 수위까지 조율
박 대통령은 2012년 10월 정수장학회 의혹 해명 기자회견 준비도 최 씨와 함께 했다. 부산 출신 사업가인 고 김지태 씨가 헌납한 재산으로 정수장학회가 세워졌고 이 장학회에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의 큰 줄기였다.
녹취록에는 최 씨가 박 대통령과 함께 황우여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할 발언 수위까지 조율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공보단장은 언론에 “(2012년 당시) 3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문제만 가지고 당시 열 살이던 박 후보를 야당이 정치적으로 공격한다”고 해명했다. 황 위원장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정수장학회는 민간 법인이어서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거든 바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이 녹취록에서 논의된 내용과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녹취록 대화 당시 간혹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배석했지만 그 말고는 다른 사람이 함께한 흔적은 없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대화할 때 배석해 수기로 대화 내용을 메모했지만 보다 완벽하게 대화를 복기하려고 녹음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