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채널A ‘외부자들’ MC 개그맨 남희석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개그맨 남희석이 활짝 웃으며 새해 덕담을 전했다. 그는 “어려운 시국에 국민이 웃음을 잃어 개그맨으로서 가슴 아프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해결되고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희석이 MC로 맹활약하는 채널A 시사 예능 ‘외부자들’은 1, 2회 모두 4%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저승사자?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는 개그맨 남희석은 “저승의 비선 실세가 보냈다”며 킥킥거렸다. 그가 보여준 휴대전화 속 주인공은 배우 이동욱. 최근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역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계(靈界)와 친해서 그런가. 9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남희석은 참 신묘했다. 인터뷰 요청에 ‘쐬주’ 한잔 하자더니 혼을 쏙 빼놓았다. 합석했던 채널A의 김군래 PD도 “MC로 희석이 형을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누구와도 얘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젠간 정치 토크쇼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좀 더 경륜을 쌓은 뒤가 되리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그 때가 빨리 왔다. 다행인 건 나름대로 꾸준히 준비는 해왔다는 거다. 신문은 물론이고 시사 잡지까지 열심히 챙겨 읽는다. 외연을 확장하려고 여러 분야의 인물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정·관계도 가리지 않았다. 배우는 입장에서 열심히 귀 기울인다.”
―누가 보면 정계 진출에 관심 있는 줄 알겠다.
“에구, 절대 아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건 예인(藝人)의 숙명이자 특권이다. 예를 들면 김탁환 소설가와 친해진 것도 직접 수소문해서 찾아뵈면서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더라. 연예인인지라 감사하게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하면 흔쾌히 응해주는 편이다. 만나면 끊임없이 질문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니까. 아마 소설가에게 뜬금없이 전화해 맞춤법 물어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을까. 속으론 싫어하려나, 하하.”
―그래서인가. ‘외부자들’이 주로 정치 얘기가 많은데 자연스럽다.
―패널들과의 호흡이 좋은가 보다.
“안형환 전 의원은 오래전부터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연을 맺어 친분을 쌓았다. 정 전 의원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유쾌했다. 농담을 던져도 넉넉하게 품어준다. 솔직히 전여옥 전 의원은 만나기 전엔 좀 무서웠다. 근데 막상 직접 보니 편안하고 ‘소녀’ 같은 구석도 있더라. 물론 네 분 다 촬영에 들어가면 굉장한 공력을 내뿜는다. 그 흐름을 끊지 않되 적확한 방향으로 물길을 내주는 게 제가 할 일이다.”
―아직 초기라 그런지 거센 논박이 오가진 않더라.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일단 어떤 방송이건 초반 탐색전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국정 농단 사태는 이견이 있을 게 없다. 보수 진보를 떠나 모두 분노하고 상처 입었으니까. 아마 3, 4회를 지나면서 달라질 거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 같은 주제는 꽤나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지 않겠나.”
“아니, 희망 얘기해 달라고 만나자더니 왜 무거운 짐을 지우나. 일단 ‘외부자들’은 정말 잘 될 것 같다. 이렇게 ‘씹을’ 일이 많으니. 하지만 더 큰 바람은 ‘외부자들’이 별로 얘깃거리가 없는 날이 오는 거다. (김 PD가 “그럼, 우리 망해”라고 하자) 패널들 모시고 콩트라도 할 테니 걱정은 나중에 하자. 아주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 올 때까지 ‘외부자들’도 열심히 달리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