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6일 동안 똥을 모아라!
지난해 11월 12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색적인 대회를 열었다. 이름하여 ‘스페이스 푸프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 NASA는 이 대회를 통해 우주인의 엉덩이를 뽀송하게 지켜 주는 새로운 똥 치우기 비법을 모집했다.
스페이스 푸프 챌린지는 우주를 뜻하는 ‘스페이스’와 똥오줌 등의 배설물을 이르는 ‘푸프’, 그리고 도전을 의미하는 ‘챌린지’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우주인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모집하는 대회다.
이 밖에도 우주선 안이나 우주 공간 등 중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손을 쓰지 않고 배설물을 우주복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등 다양한 기준을 지킨 장치를 만들어야 우승자가 될 수 있다. NASA에서 이런 대회를 연 까닭은 무엇일까?<사진 1>
〈사진 1〉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화장실 모습. 작은통처럼 생긴 대변기와 긴 호스 끝에 깔때기가 달린 소변기를 갖추고 있다. ⓒNASA
국제우주정거장 화장실은 ‘진공청소기’!
NASA를 포함한 우주 기구들은 오래전부터 화장실 문제를 고민해 왔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먹고, 자고, 싸는 활동’은 우주에서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배설물은 수분이 포함돼 무겁고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운 데다 냄새 등의 문제도 있어서 처리하기가 더욱 어렵다.
우주의 무중력이나 마이크로중력 상태에서는 배설물을 당겨서 잡아 주는 힘이 없다. 그래서 밀어내는 힘 그대로 엉덩이에 붙어 있거나, 공중에 ‘발사’된다. 만약 공중에 배설물이 떠 있을 경우 이를 방치했다가는 수분이 둥그렇게 뭉쳐 둥둥 떠다니며 다른 기계 등을 오염시키거나 망가뜨릴 수 있다. 또 물이 귀하기 때문에 화장실 변기까지 물청소를 할 수도 없다.
우주선이 이륙해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또 착륙해 지구 표면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나마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다.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며 여러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 유영’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마치 아기처럼 우주복 안에 ‘기저귀’를 차야 한다.<사진 2>
〈사진 2〉 기저귀를 들고 있는 우주인. 우주 기저귀는 1988년부터 사용됐으며 남녀 공용이다. ⓒNASA
우주인용 기저귀는 팬티처럼 입고 벗을 수 있는 형태다. 안에는 자기 크기의 최대 1000배까지 수분을 흡수하는 분말인 ‘소듐폴리아크릴레이트’가 가득 들어 있다. 우주인이 오줌을 싸면 분말이 수분을 재빨리 흡수해 엉덩이와 생식기를 뽀송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이 기저귀는 최대 6∼8시간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 푸프 챌린지는 이런 불편을 줄이고 장기간 사용해도 문제없는 신개념 ‘기저귀’를 찾는 과정인 것이다.
똥오줌으로 식량 생산까지?!
스페이스 푸프 챌린지의 목표는 6일까지 우주복 안에 배설물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겨우 6일 버티는 걸로 화성까지의 길고 긴 여행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NASA 등 장기 행성 탐사 준비 기관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는 배설물을 다양한 자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ISS의 물 재활용 시스템을 이용하면 오줌을 식수로 바꿀 수 있다.<사진 3>
또 영화 ‘마션’처럼 똥이나 오줌에 들어 있는 미생물과 질소성분을 이용해 화성 토양을 기름지게 만드는 방법도 실제로 연구 중이다.
〈사진 3〉 ISS의 물 재활용 시스템을 수리하는 모습. NASA에서는 소변과 땀을 100% 재활용하는 과정을 시험 중이다. ⓒNASA
심지어 배설물을 ‘식량’으로 사용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렘슨대 마크 블레너 박사팀은 우주의 배설물에서 나온 영양분을 인체에 필요한 지방산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런 방법이 실제로 가능해진다면, 화성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화성을 오가는 우주선 안에서도 유용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은영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gomu5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