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강국들 본선 수준 저하 우려… 문호 넓어진 亞-아프리카 “환영”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 방안은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 등 세계적 리그를 보유한 유럽 프로 축구계의 강한 반발을 뚫고 통과됐다.
유럽 내 220개 축구 클럽으로 구성된 유럽축구클럽협회(ECA)를 중심으로 한 유럽 프로 축구계는 월드컵 참가국 확대에 따른 경기 수 증가로 인해 선수들이 체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부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통상 월드컵은 유럽 리그의 한 시즌 종료 후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비시즌 기간에 열린다. 이 때문에 월드컵에서 다치거나 체력이 떨어진 스타 선수가 시즌 개막 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리그 흥행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스타 선수의 기량과 성적을 바탕으로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로선 당연한 반응이다. ECA는 “월드컵 참가국이 늘어나면 더 많은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된다. 리그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본선 참가국 확대는 선수들을 죽이는 것이다. 선수들은 휴식도 취하고, 여가를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월드컵 본선 경기의 질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축구 약소국의 본선 참가로 전체적인 경기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전력 차가 두드러진 팀들끼리 경기할 경우 큰 점수 차의 경기가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이 포르투갈에 0-7로 패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8로 패했다. 역대 월드컵 최다 점수 차는 9골이다. 본선 진출 팀들의 전력 차가 더욱 뚜렷해질 경우 이 점수 차를 경신할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전력이 약한 팀이 수비에만 치중하는 경기를 펼치면서 지루한 경기가 많아질 수도 있다.
반면에 본선 참가국 확대로 월드컵에 나설 수 있는 국가가 늘어난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아마주 핀닉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장은 “아프리카에 속한 모든 국가는 본선 참가국 확대를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의 스타 선수였던 나카타 히데토시는 “일본은 월드컵 참가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더 많은 나라와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고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