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새해가 되어 한 살 더 먹고,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30년 가까이 되어 가는 시점에 내가 수년째 붙잡고 있는 질문이다. 몇 년 전 거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책을 내면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고 신체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에 따라 우리는 어른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내가 어른인지를 따지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몇 년 전 내가 심리적으로 아직 어른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는 내게 매우 아프면서도 중요한 발견이었다. 심리적 어른이 될 때, 조직이나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십 발휘도 가능하다. 도대체 심리적 어른이란 무엇일까.
첫째, 자기 마음속의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다. 마음속 진실이 무엇일까. 우리는 늘 고객, 상사, 부모 마음에 들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쓴다. 어느새 우리는 그들과 만나고 소통을 하면서 내 감정을 습관적으로 억누르거나 외면해왔다. 그들을 기분 나쁘게 해봐야 내게 좋을 것이 없다는 무의식적인 처세 공식을 갖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이야기하듯 우리는 ‘대리자적 자세’, 즉 자율성 없이 윗사람을 만족시키는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런 시간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매 순간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게 되며, 더 심각하게는 삶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는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원하지?’ ‘나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지?’ ‘지금 솔직한 내 감정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회피하지 말고 답해 보려고 해야 한다.
셋째, 심리적 어른은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도록 질문을 던진다. 리더십에서 듣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연결이 되는 지점인데, 보통 회의나 회식에서 혼자 대화를 독점하는 상사들은 사실 심리적으로 성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주장을 똑바로 하면서 상대방에게도 의견을 묻고 경청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에 누가 더 어른스러울지는 명확하다. 보통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어서티브(assertive·적극적인, 확신에 찬)란 단어는 흔히 어그레시브(aggressive)와 뚜렷하게 구별되는데, 후자가 자기주장만(종종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유형을 가리킨다면, 전자는 자기주장도 성숙한 방식으로 하지만 상대방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고 그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을 가리킨다. 심리적 어른의 소통은 어서티브하다.
넷째, 작년 이 칼럼에서도 한 번 다루었지만 심리적 성인은 거절 받는 것에 대한 맷집을 키워서, 거절당할까 두려워 일을 시도하지 않기보다 거절을 기본값으로 생각하고 삶에서 과감히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취약성을 갖고 있다. 심리적 성인, 소위 멘털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취약성과 마주할 줄 안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에서 받는 피드백이다. 그리고 개선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는 심리적 성인이 가진 중요한 특징이다.
새해가 되어 나이를 먹고, 직장에서 높은 직책을 갖는다고 모두 리더이거나 어른은 아니다. 심리적 성인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다. 올해 내 심리적 목표는 보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