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화장품에 무더기 수입 불허 조치를 중국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제한한 조치도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라 중국의 무역 보복 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중국 정부가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28개 제품을 올리면서 한국 제품을 19개나 포함시킨 조치를 1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공동위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 검역당국이 발표한 부분이 한국에 불합리한 것이라고 확인되면 공동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공동위에 안건으로 올리기 위해 불합격 판정을 받은 화장품 회사 등을 상대로 사실여부를 긴급히 확인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애초에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비판 여론이 불거지나 뒤늦게 대응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조치를 취한 직후 한국 정부는 "통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부 화장품이 반송 조치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대응했다.
중국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에 따른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인 환추시보가 7일 한국 화장품을 언급하며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까지 보도했는데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 정부가 FTA 공동위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뒷북 대응' 때문에 공동위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처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중 FTA 공동위에서 공식 안건이 상정되려면 양국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간이 촉발한 상황이지만 공식 안건으로 올리지 못해도 문제 제기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조치'라고 일축할 경우 한국 정부로서는 반박할 논리가 마땅치 않다.
한국 정부는 화장품, 배터리 문제 외에도 검역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 문제를 공동위에서 제기할 계획이다.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최근 "비관세장벽(을 줄이는) 이야기는 당연히 중국에 제기할 것이고 비관세장벽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기존의 비관세장벽을 적극 활용해 한국에 각종 무역 보복에 나서는 상황이라 비관세장벽 철폐 논의가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