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산업부
하지만 면세점을 바라보는 국내 시각은 여전히 ‘특혜 산업’이라는 옛날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특히 그렇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입찰을 두고 벌어진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의 갈등이 한 사례다. 관세청은 그동안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수차례 잡음이 났는데도 심사 제도를 정비하기는커녕 갑자기 이를 공항에까지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독과점 사업자 규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회에서 부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편승해 부처 권한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로 수익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자성 없이 관세청 탓만 하고 있다. 어디에도 면세점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면세점이라고 정부 탓으로만 돌릴 처지는 아니다. 그동안 신규 업체들은 정부가 특허제로 후발 사업자를 차단해줄 거란 기대에 도박하듯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관광산업 발전에 대한 비전도 없이 개장 1년 내에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낼 거란 ‘공약(空約)’만 남발했다. 기존 업체도 마찬가지다. 송객 수수료를 지불해 저가단체 관광객을 끌어오고, 매출을 늘린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의 면세물품 대리구매를 은근슬쩍 눈감는 관행을 만들어 왔다.
한국의 면세점 시장은 세계 1위 규모다. 하지만 기업 기준으로는 여전히 듀프리와 DFS 등 해외 기업에 1, 2위를 내주고 있다. 몰려드는 유커 덕에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한국 기업들이 ‘하향 평준화’ 프레임에 갇혀 현재의 입지마저 잃을까 우려된다.
시장 규모도 계속 세계 1위를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외교적 변수, 중국 정부의 저가관광 규제 등 복병이 널려 있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은 면세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때다. 한국호를 이끌어온 주요 산업이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아쉬운 때다.
이새샘·산업부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