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속마음은 美트럼프 등장에 골치 아플 것 핵·미사일 실험 안할 수도 없고 南친북세력이 유일한 희망일 듯 김정은에게 “사드 반대”는 핵무기 허용과 마찬가지… 대선주자 안보정책 바로 봐야
※편집자: 1인칭 시점으로 김정은의 속내를 짚어본 칼럼입니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해 아버지의 측근이랍시고 한 수 가르치려 들던 꼴통들을 제때 제거한 덕분에 ‘유일적 지배체제’는 확고히 정착되었고 이제 감히 내 자리를 넘볼 멍청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핵개발과 경제발전의 병진정책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제가 욕심만큼 잘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농장의 사실상 해체라는 혁명적 농정개혁으로 보릿고개 넘길 걱정은 덜게 되었다. 시장 기능을 확대하고 기업의 자율경영 제도를 도입한 덕분에 국제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고난의 행군은 면하고 있다.
이제 한숨 좀 돌릴 때가 되었나 싶었는데 2017년 들어서면서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트럼프라는 ‘괴물’의 출현이다. 나보다 더 터프하고 예측 가능성이 낮은 강적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도무지 대책이 안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하필 왜 ‘공화국’만 정조준하나. 왠지 정유(丁酉)년 운세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트럼프가 어떻게 나오든 핵미사일 개발은 중단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다.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운반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해야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정책’에 맞설 수 있고 리비아나 시리아처럼 민란이 일어나도 미국이 감히 군사 개입 엄두를 못 낼 것이고 협상에 끌려 나가도 꿀릴 것이 없다. 외세 개입만 막을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을 학살해서라도 권좌를 지켜낼 자신이 있다.
핵탄두는 앞으로 한두 번 실험만으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 경량화에 문제가 없지만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용량이 큰 신형 엔진을 개발하고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하려면 수십 번 시험발사가 필요하다. 핵실험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미사일 시험발사는 머뭇거리거나 지체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핵 포기를 강요하기 위해서라면 중국의 급소라도 찌르겠다는 트럼프의 비장한 모습에 저승사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리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해도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만 카드까지 들이댈 기세다. 중국이 아무리 ‘공화국’을 지켜주고 싶어도 미국이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것까지 방관할 수 있을까? 미국에 거칠게 저항하면서도 내 등 뒤로 칼을 들이대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금년 남조선 대선에 한 가닥 희망이 보인다. 친북 진보세력이 집권하면 향후 5년은 무사히 버틸 수 있다. 새 정부가 국제공조 체제에서 이탈해 ‘공화국의 명줄’ 역할을 맡아준다면 중국과 미국이 아무리 우리를 못살게 굴어도 핵을 지킬 수 있다. 사드 배치까지 막아준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자유도 보장받는다.
핵, 미사일 실험은 대선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재래식 국지도발은 실속 없이 다 잡은 정권을 놓치게 만들 악재다. 남조선 일각에서 진보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계략으로 우리의 군사도발을 유도할 경우 이에 말려들면 큰일이다. 내게 충성심을 인정받으려고 부심하는 전방 지휘관들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걱정이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