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게릴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정유라 씨는 2일 덴마크에서 현지 검찰에 체포됐고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일 국정 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말을 바꿨습니다. 신년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의 정치 이슈를 채널A '외부자들'과 동아일보 기사로 정리합니다.
# 1월 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
정봉주: 대통령이 한다고 해도 주위에서 위법이라고 말렸어야 한다. 직무가 정지돼 있다. 자연인 박근혜가 간담회를 하려면 청와대 아닌 곳에서 자기 돈으로 했어야 한다. 이걸 하게 둔 비서실장, 민정수석의 인식이 문제다
진중권: 평소 대통령이 기자를 만나 왔다면 큰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도 같이 산에 올라갔었다. 그런데 안하던 것을 했다. 그리고 사실상 기자회견이다. 탄핵 후 소회가 아니라 반박 논리를 말했다
탄핵사태 때 북악산 등반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권한이 정지된 지 한 달째인 4월 11일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을 등반하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DB
진중권: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헌재에서는 대리인단이 최순실 태블릿PC 사실조회를 했다. 그랬더니 처음엔 인정했던 정호성이 감정 신청을 했다.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나온거다. 피의자들끼리 말을 맞췄다는 거다. 가이드라인을 준거다. 태블릿PC나 정호성 녹음파일 등 증거가 많다. 사법적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 대응이다. 실제로 박사모 집회가 커졌다.
전여옥: 게릴라 간담회였다. 말에 품위가 없다. 대통령의 언어라고 볼 수 없다. '엮이다, 밀회다' 이런 표현을 들으면서 한가지를 알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눈 사람은 최순실이라는거다. 같이 있으면 말투가 같아진다.
#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안형관: 대통령이 안나오고 9분만에 끝났다.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헌재에는 안나왔다. 권성동 현재 국회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을 겸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법정에 나오라고 했다.
정봉주: 그 점 때문에 헌재가 결심을 더 굳혔다고 본다. 헌재 분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심판하겠다는 메시지가 있었고 국민들이 헌재를 바라본다. 그런데 여긴 출석을 안 하고 간담회에서 본다? 특검이 대통령 뇌물죄, 삼성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보고 있다. 특검이 삼성과의 관계를 보고 정말 화가 났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을 만나 승마협회를 도와달라고 하고 2015년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았다.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가 7월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삼성 합병이 성사됐다. 이후 대통령이 '왜 승마협회를 도와주라는데 가만히 있냐'고 질책했다. 그러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220억이 들어가기 시작한거다.
▷관련기사: 박원오 작년 8월 崔에게 “삼성서 계약 빨리 하자고 한다” (동아일보 2016.12.23)
# 정유라 소환 프로젝트
전여옥 : 최순실 게이트가 세계적인 뉴스다. 한국판 라스푸틴의 딸이 체포됐다고 전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그 못지 않게 정유라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난 아이와 함께면 보육원, 시설도 갈 수 있고 병원에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준비를 단단하게 한거다
“한국판 라스푸틴의 딸이 붙잡혔다.”
2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 dpa 등 주요 통신사는 물론 가디언, 도이치벨레, 프랑스 24, 코펜하겐포스트 등 각국 언론들은 정 씨가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오는 30일까지 4주간 구금 연장 결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AFP, CNN, 가디언 등은 정유라를 ‘한국판 라스푸틴의 딸’이라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리 라스푸틴(Grigori Rasputin·1869~1916)은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시킨 장본인으로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막후 실세였던 요승(妖僧)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시기에 러시아의 황제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배후에서 세를 과시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꿈에서 계시를 들었다면서 황후 알렉산드라를 통해 전선의 차르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또 기도로 병을 치유했고,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라스푸틴은 이를 바탕으로 황태자의 병을 고쳐주겠다며 니콜라이 2세의 황후를 사로잡아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이후 라스푸틴은 위기를 느낀 황실 측근들에 의해 살해됐다.
(동아닷컴 2017.1.3일자
'정유라 체포에 외신 “한국판 라스푸틴의 딸이 붙잡혔다”…라스푸틴 누구?' 기사 중)
정봉주: 데이비드 윤, 이경재 변호사와 연락 안 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자기를 보호하는 키맨들이라 감춘 것이다. 이 분들에 대해서는 듬성듬성 넘어가는데 유독 36만 유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건 재산 국외 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피해가고 그 법 위반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걸 교육받은 거다.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되는 것이다.
전여옥: 리허설을 상당히 오랜 기간 했다. 변호사와 전화로라도 계속해서 연습을 한거다. 기자들이 엄마라고 물어도 '어머니'라고 한다. 그동안 SNS에서 한거 보면 맞춤법도 틀리는데 척척 이야기 한다. 본인의 평소 행동과 이날 이야기의 격차가 심하다. 정유라는 학사비리의 장본인이다. 엄마가 다 했다고 하지만 학교에 같이 갔고 당사자고 조력자다. 심각한 위조의 문제, 학사비리에 개입된 장본인이다. 삼성 특혜문제도 다 모른다고 하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뇌물 공여를 받아들였다. 정유라가 말한 가운데 많은 거짓말이 그대로 드러난다
# 나경원 vs 조윤선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이 여왕 캐릭터라면 조윤선 장관, 나경원 의원은 프린세스다. 모든 걸 다 갖췄다. 부유하고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서울대를 나왔고 사법고시도 패스했다.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조윤선 장관, 이명박 대통령과 나경원 의원의 사이를 보면 권력자가 쓰기 좋은 스펙의 여성들이다
안형환: 두 사람 관계가 재미있다. 정치 입문 2002년 이회창 대선 캠프에서 같이 시작했다. 조윤선 장관은 선대위 대변인, 나경원 의원은 선대위 보좌관이었다. 조윤선 장관의 스타트라인이 앞섰다. 2004년 17대 선거 때 조윤선 장관은 안 들어왔고 나경원은 국회의원을 하며 앞서갔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조윤선 장관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았다
동아일보 2014.7.4 지면
전여옥: 서울시장 선거에 나경원 의원이 나갔다. 당시 박 대통령이 사진도 같이 안 찍으려고 했다. 유세에 딱 한번 갔는데 마이크도 안 잡고 갔다
진중권: 2014년 재보궐 선거 때 나경원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로 가게 됐는데 밀렸다는 말이 있다
전여옥: 청와대 못 갔을거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키우지도 않았지만 여성들에 대해 박했다. 여왕벌 심리가 있었다. '이 구역에 여자는 나 밖에 안돼'다. 이 두 여성이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돼 가슴이 아프다. 뛰어난 여성들이다. 이런 여성 정치인을 또 어떻게 키울 것인가 솔직히 안타깝다.
정봉주: 두 분의 경쟁관계가 종착점을 향하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조윤선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있던 2014-2015년 집중적으로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고 관여됐다는 증언이 있다는거 아니냐. 문체부 장관으로 온게 블랙리스트 때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원본을 없애라고 했다. 그런데 문체부 직원들이 가지고 있다가 특검에 원본을 준거다. 조윤선 장관이 구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2017 잠룡 레이스 문재인
진중권: 성적표는 문재인 대표가 흐뭇하게 나왔다. 신년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한두곳을 제외하고 다자구조에서 1등으로 나왔고 어느 경우에나 꽤 큰 격차로 1위였다. 충청에서 생각보다 반기문 바람이 세지 않다. 문재인 대표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은 조사도 있다
안형환: 미국에서 재수에 성공한 후보가 거의 없다. 신선도의 문제다. DJ YS는 예외였다. 이회장 후보는 계속 1위였는데 결정적 한달을 못 버티고 낙마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보수의 붕괴라는 특수상황의 특수를 보고 있는거다. 지금 보수층은 응답을 하지 않고 이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거다. 실제로 선거전에 뛰어들면 결집될거다.
진중권: 반기문 총장의 지지세력은 실제로 충청이 아니고 TK와 노년층이다. 정치인이 아이돌이 될 수 없으면 최소한 아재돌이 돼야 하는데 이분은 할배돌이다. 최소한의 젊은 층 지지가 필요하다. 신선한 게 아니라 없으니까 땜빵 느낌이 강하다
전여옥: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 박정희의 딸이어서 박근혜를 뽑았듯 노무현의 남자기 때문에 뽑겠다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 후보 책이 '문재인의 운명'이다. 책 중 자기 이야기는 5분의 1이다. 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이야기다. 지지층이 탄탄하다고 하는데 불리지 못한다. 이 좋은 판국에 20~30%가 뭐냐. 문재인 후보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데서 그냥 앉으면 되는 판이다. 이 사람에게 좋은 구도는 반기문과 일대일로 붙는 거다. 반기문 총장이 검증이 안 된 분이라 청문회에서 아들 문제 등 나올게 많다. 반기문 총장과 붙는 걸 원할 거다. 반기문이 낙마한다면 그런데 만약 유승민이 나올테고, 그 땐 만만치 않을거다.
진중권: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난번 대선은 끌려 나온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접한 승부를 했다. 당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고 당을 살린 사람이 문재인이다. 위태로운 시기였는데 당을 살렸다. 결국 총선에서 이겼다. 검증도 어느 정도 됐다. 그 시간에 섀도 내각을 구상하고 포지티브하게 나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인데 대중들이 원하는건 탄핵과 정권교체다. 반기문씨는 왔을 때 실패한 정권의 연장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구성=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