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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질문의 포화속에도… 흔들림 없는 틸러슨의 내공

입력 | 2017-01-13 03:00:00

의원들, 청문회서 작심한듯 공세
틸러슨, 만만치않게 맞받아쳐… ‘현실적 기업가 장관론’ 강조도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작심한 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후보자인 렉스 틸러슨 전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65)를 몰아세웠다. 케인 의원은 엑손모빌이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해 왔다고 공격하다가 기대했던 답변을 못 얻자 “내 질문을 이해 못 하는 것이냐, 아니면 답변하길 꺼리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틸러슨 후보자는 “둘 다”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인준청문회를 지켜본 외신들은 틸러슨이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러시아와의 관계, 기후변화, 핵 확산 등에 관한 날 선 질문을 퍼부었지만 글로벌기업 CEO 출신답게 틸러슨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간결하고 명확한 논리로 답변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화를 내지도, 표정 변화도 거의 없는 전형적인 ‘포커 페이스’의 내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틸러슨은 거친 질문들의 포화 속에서도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1975년 23세에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오르며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써 온 틸러슨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상적인 정치인’보다는 ‘현실적인 기업가’로서의 장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루는 것에 솔직하고 진실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는 오랜 트레이닝을 거친 공학도다. 사실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그대로 따라간다”고 말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사에 등장했던 ‘희망’, ‘보다 나은 미래’ 등 형이상학적인 표현과 개념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틸러슨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우리가 세상을 이끌지 않으면 세상은 더 깊은 혼란과 위험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됐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제시했는데 내가 장관으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집행하겠다”고 미국 대외정책 장관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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