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난 단초를 제공했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아직도 해체되지 않고 매달 2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쓰고 있다. 작년 9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아 사업이 중단됐는데도 사무실 임차료와 급여 등을 꼬박꼬박 지출한다. 직원들은 검찰에 압수당한 휴대전화를 다시 구입했고 심지어 커피 값까지 법인카드로 내고 있다고 한다.
두 재단 설립의 ‘거간꾼’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작년 9월 청와대 개입을 부인하며 두 재단을 해산해 750억 원 규모의 문화체육재단을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손을 뗐다. 그사이 대기업에서 뜯어낸 두 재단의 출연금 774억 원에서 남은 돈 750억 원은 평균 연봉이 9000만 원이 넘는 미르 직원들과 7000만 원에 가까운 K스포츠 직원들의 지원금이 돼버렸다. 인허가권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2월에야 비용 최소화 방안을 받아 점검하고 있다. 전경련은 해체 위기에 놓여 있어서 그렇다고 쳐도 이렇게 일 처리를 하는 문체부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최순실 씨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두 재단의 설립과 작명, 이사진 구성, 자금 모금까지 일일이 챙겼다고 밝혔다. 두 재단의 실질적 소유주인 박 대통령의 지침이 없어서 문체부가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못하는 것인가. 문체부는 미르 승인 때 담당 공무원을 서울로 보내 ‘초고속 출장 서비스’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문체부가 재판과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국민 분노는 안중에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