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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통합’ 넉달째 허송… 운영비 月 2억 헛돈

입력 | 2017-01-13 03:00:00

전경련-문체부 손놓고 방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시발점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여전히 매월 운영비를 이전과 비슷하게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상근 이사장은 고액 월급을 받으며 의전 차량까지 그대로 제공받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미 석 달여 전 두 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통합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진척은 전혀 없는 상태다. 전경련은 “일단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단 통합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라며 일단 발을 빼고 있다.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얻은 기금이 새나가는 셈이라 비판 여론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커피값도 운영비로 충당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두 재단의 ‘2016년 지출 명세’에 따르면 임차료, 임직원 월급 등 매월 고정비용은 미르재단이 월평균 9205만8645원, K스포츠재단(1∼10월)이 8538만6008원이다. 사무실 보안 경비 시스템과 휴대전화 통신비, 직원 복리후생비 등 추가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두 재단의 실질적인 월 운영비는 합쳐서 2억 원이 넘었다.

 통합 방침이 발표된 후 4분기(10∼12월)에도 임원은 고액 연봉과 혜택을 그대로 받았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김의준 미르재단 이사장은 월 1000만 원이 넘는 임금을 받았다. 정 이사장에게 지급된 제네시스 차량의 월 임차료는 120만 원이다.

 법인카드 결제 명세를 보면 두 재단 직원들이 근처 식당과 커피숍에서 쓴 비용도 포함돼 있다. 일반 회사라면 별 문제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나 체육 인재 양성 같은 두 재단의 기존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존립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평소처럼 운영비가 지출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다른 일반적인 재단법인과 달리 자산 구조도 기형적이다. 보통 재단은 기본재산과 운영재산 중 기본재산의 비중을 높게 잡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두 재단은 재단을 설립하면서 기본재산 비중을 20%만 설정하고 나머지 80%는 모두 운영재산으로 했다. 운영재산은 기본재산과 달리 법인등기 등록이나 주무 관청의 승인 없이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금 사용이 쉬운 구조에서 직원들이 마땅히 하는 일도 없이 출근해서 대기업이 출연한 기금만 까먹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K스포츠 재단은 내홍을 겪고 있다.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 이사장,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은 공개석상에서 서로를 비난하며 K스포츠 재단 내부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재단을 유지하려는 정 이사장은 자신을 해임 결의한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반면 직원들은 “물러나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운영비는 꼬박꼬박 출연금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 두 재단의 향방은 어디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재단의 조속한 해산을 촉구했다.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국고로 환수돼야 할 재단 재산이 운영비로 지출되고 있다. 문체부는 사업 특혜를 받은 불법 재단의 운영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두 재단의 현 이사진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측근’이 여전히 포진해 재단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르재단에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던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센터장(48·구속 기소)과 친분이 있는 강명신 씨가 이사로 있다. K스포츠 재단 정 이사장은 최 씨의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체부는 이들이 민간 재단인 만큼 정부가 해산에 적극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태도다. 문체부 관계자는 12일 “뇌물죄든 직권남용이든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두 재단의 해산 방법과 성격이 달라진다”라며 “섣불리 해산을 시도하다가는 ‘증거 인멸을 하려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두 재단으로부터 비용 절감 방안을 받았다.

 이 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단 직원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인 유한성 씨(35)는 “최 씨가 돈을 빼돌리려 한 의혹이 큰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놀랍다”라며 “해체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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