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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中, 대북제재 지키지 않으면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입력 | 2017-01-13 03:00:00

트럼프정부, 대북 강공드라이브 예고




 미국 워싱턴이 11일(현지 시간) 태평양 건너에 있는 북한과 중국을 향해 하루 종일 정치 외교적 경고 사격을 가했다. 오랜만에 신구(新舊) 권력이 합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지휘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강도 높은 대북, 대중 정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20일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지막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북한을 ‘적(adversary)’으로 규정한 틸러슨 후보자는 “우리가 최근 그렇게(북한이 합의를 지키도록) 하는 데 실패하면서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전 세계 악당들이 약속을 깨도록 고무시킨 결과를 낳았다”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차원이 다른 대북 강공 드라이브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현실론적 외교 구상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적 외교 마찰을 우려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위한 모든 법적 체제를 갖추고도 정작 시행하지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틸러슨은 “중국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라며 역시 강력한 대중 정책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은 남중국해, 경제 통상, 무역, 지식재산권, 해킹 등 사이버 이슈 등 전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자기네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멋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스스로 보여 주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영토주권과 정당한 권익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루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주권 문제에서 (특정 국가를) 편드는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며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이 자국 영토에서 주권 범위에 있는 활동을 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거론할 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김씨 권력의 핵심인 김여정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은 압박과 제재라는 대북 정책을 연속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신구 정권의 공감하에 이뤄진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은 당초 제재 대상이 아니었으나 발표 직전 최상층부의 결정으로 포함됐다. 트럼프 인수위 측과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무부는 이날 제재의 근거가 된 북한인권보고서에서 “김여정은 1989년 9월생으로 27세”라고 밝힌 뒤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사상 검증을 통해 주민을 선동해 왔다”라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민병철 조직지도부 부부장에 대해선 “무차별적 숙청으로 ‘저승사자(angel of death)’로 불린다”라고 명시했다.

 이번 조치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말한 대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이야기할’ 가능성은 더 줄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이번 조치를 핑계로 트럼프 임기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단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조치를 포함한 추가 제재와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등 동시다발적 제재 조치를 들고 나오며 북-미 관계가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수연·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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