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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의 트렌드 읽기]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입력 | 2017-01-13 03:00:00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스스로 부모 형제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국가 역시 자의적 선택이 불가능한 대상이다. 이민 같은 특별한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꼬리표는 평생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언제나 애증이 함께 뒤따른다. 다만 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것은 개인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국가와 사회 몫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수도, 부끄러운 나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사회는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참담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 이상이 한국 사회가 ‘헬조선’이라는 데 동의했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대한민국 사회를 지옥처럼 느끼는 태도(20대 76.4%, 30대 70.8%, 40대 58.8%, 50대 46.8%)가 뚜렷했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 포기해야 할 것도 많은 젊은 세대가 더욱 절망적으로 보는 것이다.

  ‘헬조선’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표현은 ‘수저계급론’이다. 전체의 85.3%가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집안의 재력에 따라 사회계급이 결정된다는 수저계급론에 공감했다. 이런 인식은 전 세대(20대 83.8%, 30대 89%, 40대 88.2%, 50대 80.2%)에서 모두 높았다. 그만큼 대다수 국민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불평등하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평등과 공정의 가치가 잘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각각 33.2%, 22.2%에 불과하고, 대한민국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 공정성이 첫손에 꼽힌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공정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개탄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전체 66%가 실력만으로 인정받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절반 이상이 일한 만큼 또는 공부한 만큼 대접을 못 받고 있고(53.2%), 노력한 만큼 보상이나 성과가 없는 것 같다(52.1%)고 느끼고 있었다.

 개인의 노력과 실력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 환경과 재력, 인맥 등 주변 배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현실이 잘 묻어난다.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도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57%)도 많았다. 분명 과거에 비해 외형적으로 훨씬 성장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실이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흘러가고, 또한 ‘대물림’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넓게 퍼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촛불 민심이 원하는 것은 더 나은 한국 사회, 즉 공정한 사회와 다름없다. 지금처럼 출발선이 다르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회,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만 국민이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