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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5·18 헬기 ‘소총’ 사격

입력 | 2017-01-14 03:00:00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주장이 공분을 자아낸 것은 군이 시민을 향해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을 쐈다고 봤기 때문이다.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탄흔 감식 결과 탄흔은 5.56mm 정도 구경의 총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는 M-16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18 당시 사용된 UH-1 기종과 500MD 기종의 헬기에는 7.62mm 구경 이상의 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헬기에서 기관총이 아니라 소총을 쐈다고 하면 본래 문제가 된 이유와는 거리가 좀 멀어진다.

 ▷검찰은 1995년 5·18 수사 당시 헬기 기총 사격의 목격자라는 조비오 신부와 아널드 피터슨 선교사를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조 신부가 피해자로 지목한 홍란 씨는 건물 옥상에 있던 계엄군의 소총사격에 의해 다친 것으로, 또 다른 피해자인 심동선 씨는 검시조서를 확인한 결과 M-16 소총에 의한 관통상으로 판명됐다. 피터슨 선교사가 찍은 헬기 아래쪽 불빛 사진은 기관총 사격 불빛이 아니라 충돌방지등 불빛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헬기 기총 사격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

 ▷국과수는 전일빌딩 10층 사무실과 외벽에서 발견된 탄흔은 총탄 흔적 각도가 수평에 가까운 점, 1980년 당시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헬기에서 사격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요동이 심한 헬기에서는 호버링(공중정지) 상태라 해도 소총으로는 목표를 맞히기 어렵다. 헬기에 기관총이 거치돼 있는데 쏠 생각이라면 기관총이 아니라 소총을 쏜다는 것도 어색하다.

 ▷물론 소총이라고 해도 군이 시민을 향해 총을 쏜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아 보면 헬기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대항군의 헬기가 한 대 뜨면 ‘땅개(보병)’는 어디 숨을 데가 없다는 무력감을 느낀다. 계엄군이 고층에서 저항하는 시민군을 제압하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만약 공중에 무방비로 노출된 길바닥 시민을 향해서도 총을 쐈다면 그것이야말로 반인륜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