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의 코리안 지오그래픽]아이들 손잡고 떠나는 인천 역사기행
《등잔 밑은 정말로 어둡다. 등잔대에 가리니 당연하다. 여행도 비슷하다. 주변, 가까이에도 찾을 곳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 곳부터 떠올린다. 가본 적 없고 잘 몰라서 그럴 텐데 가깝다고 다 가봤을까? 그렇지는 않다. 인천이 그렇다. 영호남엔 해당되지 않겠지만 수도권 주민에게 결코 여행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 주민에겐 한동네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천만큼 매력이 넘치는 여행지도 없다. 바다와 섬에 항구와 등대가 있고 유람선까지 탈 수 있는 국제항이다. 또 이국적인 분위기의 차이나타운에다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초현대식 고층빌딩의 송도국제도시까지 있다.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면 한 시간 만에 호젓한 섬에서 산책도 하고, 수인선철도로 찾는 오이도와 소래포구에선 신선한 해물도 맛본다.》
차이나타운의 이 계단을 올라 저 위 선린문을 통과하면 응봉산 정상에 조성된 자유공원에 닿는다. 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금요일 오전 9시 경인선철도 인천역. 역사는 한산했다. 승객 대다수가 한 정거장 전 동인천역에서 내린 때문이다. 인천의 상업중심은 인천역 부근이 아니다. 신포동을 낀 동인천역 주변이다. 플랫폼에선 ‘수인선(수원역∼인천역·40.2km)’으로 갈아타는 곳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직은 오이도역(전철 안산선 종점)을 지나 한대앞역까지만 연결됐다. 최종 수원역(19.9km)까지는 내년 말에나 연결될 전망이다.
인천역은 1899년 9월 18일 개통된 대한민국 최초의 철도 경인선의 종착이자 시발점. ‘한국철도 탄생역’이란 역 광장의 조형물이 그걸 확인시켜 준다. 그런데 당시 이름은 인천역이 아니다. ‘제물포역’이다. 그런데 경인선철도엔 제물포역이 따로 있다. 뭔가 어긋난 느낌이다. 역을 나오면 광장인데 오전인데도 짜장 볶는 냄새가 났다. 발원지는 길 건너 언덕배기, 바다를 향해 잦아드는 응봉산 중턱 자락의 차이나타운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이 있는 그 산이다.
인천시립박물관에 가면 1883년 개항 당시 인천 지형을 보여주는 대형 모형이 있다. 그걸 보면 격세지감이 쓰나미급으로 밀려든다. 현재와 너무도 달라서다. 상전벽해의 그 변화는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당시 인천에 평지라고는 이 인천역과 철도 터 외에 거의 없었다고. 그러면 현재의 평지는? 지난 한 세기간 쉼 없이 매립한 결과다. 거대한 송도신도시 터마저도. 그렇다면 퍼부은 흙의 출처는 또 어딜까. 야구장이 있는 문학산이다.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된 인천 최초의 인류거주지다.
개항기 제물포는 한국의 관문이었다. 수도와 가장 가까이 자리 잡은 수운(水運)의 요충항구여서다. 당시 제물포에서 서울까지는 걸어서 열두 시간, 뱃길로는 마포나루까지 여덟 시간. 그게 경인선철도 개통 후엔 노량진까지 1시간 40분으로 좁혀졌다. 그러니 유럽과 미국의 무역회사가 탐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대문물은 이들의 상선으로 나가사키(일본)와 상하이(중국)를 경유해 인천에 수송됐고 인천과 서울을 통해 한반도 전역에 퍼져나갔다.
발걸음을 옮겨 일본 조계지역으로 들어섰다. 그중 신포로 23번 길은 개항기 무역의 중추였던 일본은행이 몰려 있던 금융가. 화강암으로 고급스레 지은 건물 몇 채는 여전히 건재하다. 경복궁 앞 옛 조선총독부건물과 모양새가 비슷해 금방 알아본다. 그중 르네상스식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1899년 준공)은 ‘인천개항박물관’, 제18은행 인천지점(1903년 준공)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프랑스 양식의 제58은행은 중구외식업지부가 사용 중. 응봉산 정상 아래 제물포구락부와 시내의 인천우체국, 인천 부청사, 대한성공회 내동교회와 한국천주교 답동성당도 개화기 근대건축물이다.
그 응봉산 정상의 자유공원에 오르면 인천내항과 월미도가 조망된다. 개항기에 월미도는 인기 만점의 국내 최고 유원지였다. 애초엔 배로 드나들던 섬. 하지만 일제가 1918년에 수탈물자를 원활히 부리기 위해 늘 배가 정박할 수 있게 수위를 유지하는 수문식 독(Dock)을 만들 당시 연륙도가 됐다. 제물포에서부터 쌓아간 2차로 둑길(1km)로 연결되면서다. 일제는 이 섬을 풍치지구로 고시하고 둘레 4km 섬에 벚꽃나무를 심었다. 이후 끓인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조탕(潮湯)과 해수풀(야외)이 들어서며 유원지가 됐고 1935년엔 빈(濱)호텔(1935년)도 개업했다. 벚꽃이 화사하게 섬을 장식하는 봄이면 꽃놀이열차까지 경인선철도로 운행됐다. 그때 인기는 명사십리 원산(송도원)과 부산(해운대)을 능가했을 정도. 지금 인천에 성업 중인 해수탕, 월미도의 유원지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인천역을 출발한 시티투어버스는 인천내항을 관통한 뒤 송도국제도시로 향한다. 이곳은 송도 앞바다를 메워 조성한 인공 섬. 국제도시를 지향하며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치해 만들어가는 중이라 여전히 빈 공간이 많고 공사 중인 건물이 많다.
그럼에도 도시는 대략 모양새를 갖춘 형국이다. 신도시에서 첫 정거장은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든 G타워 앞. 29층 야외전망대(무료)에 오르니 일대가 훤하다. 그 중심은 1.8km길이 운하(해수)를 테마로 꾸민 센트럴파크 공원. 전망대를 내려와서는 그 운하갓길을 따라 끝까지 산책했다. 갈대도 심어졌고 트라이볼 같은 조형물도 있어 산책코스론 그만이었다.
▼기름에 튀기듯 구워 바삭한 삼치구이 일품▼
6·25때부터 먹던 그 맛 ‘삼치거리’
인천에서 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1912년 당시의 우체부와 우체통 조형물. 개항장 거리에 있다.
박물관: ▽통합입장권 아래 5개 박물관(연중무휴) 관람. △인천개항박물관: 032-760-7508 www.icjgss.or.kr/open_port/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및 기획전시실: 032-760-7549 www.icjgss.or.kr/architecture △한중문화관: 화교역사 전시. △짜장면박물관: 032-773-9812 www.icjgss.or.kr/jajangmyeon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월요일 쉼. 입장 무료. 연수구 옥련동 525. 032-832-0915 인천시립박물관(무료) 바로 옆.
인천관광: ▽안내소 △송도: 032-882-3031 △월미도: 032-765-4169 △인천역: 032-777-1330 ▽홈페이지: https://itour.inche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