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칼 세이건, 앤 드루얀 지음/김혜원 옮김/488쪽·4만 원/사이언스북스
지구와 달이 은하수를 배경으로 혜성의 꼬리를 통과하는 모습을 그린 릭 스턴백의 작품. 사이언스북스 제공
혜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옛사람들은 어둠 속에 기이하게 빛나는 존재를 보며 왜 하필 지금 우리를 찾아왔는지,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두려워하고 궁금해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쓴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부인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명성 높은 앤 드루얀과 함께 썼다. 1985년 출판된 초판본을 그의 서거 20주기를 맞아 새롭게 번역한 것으로, 2003년 국내에 소개된 개정판보다 풍부한 내용과 많은 컬러 그림을 담았다. 저자는 과학 지식은 물론이고 역사와 인문학, 예술을 망라해 혜성의 존재를 다방면에서 탐구한다. 덕분에 과학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책은 미신과 맹신을 극복한 인류의 자서전으로 확장된다.
정답을 알고 풀이 과정을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왜 몰랐나 싶게 마련이다.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가 “혜성의 근원은 지구에 있다”고 잘못 주장해 혜성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 2000년이나 지연됐다는 얘기나 동시대 철학자 세네카가 혜성의 실체에 비교적 가까이 접근했다는 사실 등 답을 알고 보니 안타깝고도 놀라운 일들이 책에 담겨 있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