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원 및 대출관리 나서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자영업자 대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소상공인 전용 여신심사 표준모형’을 개발해 자영업자 지원과 위험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사업성 있는 곳에만 대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소상공인 여신심사 표준모형을 개발하는 일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자영업자에게 정책자금을 빌려줄 때 활용하는 상권·업종 분석 모형과 각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업종별 매출 정보 등을 합쳐 보다 정교한 대출 모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7∼12월) 이 모델이 적용되면 자영업자에게 은행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은행들이 상권 경쟁이 치열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액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경쟁력이 검증된 자영업자는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상승세를 타고 늘어난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도 깐깐해진다. 금융위는 만기 3년 이상의 임대업자 대출에 대해 매년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상환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해오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부동산 임대업자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여신심사 모형과 임대업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은행권부터 적용하되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제2금융권까지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영업자 대출 관리 사각지대
자영업자 대출은 사실상 개인대출과 성격이 비슷한데도 기업대출에 포함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 중 67.2%(지난해 9월)가 LTV 70%를 초과하는 고위험대출이다.
자영업자 통계도 제각각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 원이다. 사업자 대출 300조5000억 원과 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 자영업자가 받은 가계대출 164조 원을 합한 금액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520조 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자영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미적대는 동안 자영업자 부실 위험은 커졌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 중 21.2%(2015년)는 월 매출이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은 2015년 30.6%에서 지난해 35.5%로 증가했다. 매년 번 돈의 35%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은 조이지만 동시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미소금융 컨설팅’은 4월부터 4대 광역시, 향후 전국으로 확대된다. 또 중소기업청과 금융권 등이 상권 및 매출 정보 등을 공유해 컨설팅의 질도 높이기로 했다. 3분기엔 ‘자영업자 재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송 실장은 “고령층의 자영업 유입을 줄이려면 자산을 활용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나 서비스업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