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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대신 분열로 가는 트럼프 취임식

입력 | 2017-01-16 03:00:00

민주당 의원들 잇단 불참 선언…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 축가 취소
이민자들 곳곳서 反트럼프 시위





 축제 같았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이번에는 내전(內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20일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전국에서 산발적인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15일 현재까지 14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이 20일 취임식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까지 8명이었으나 하루 사이에 6명이 늘어났다. 불참자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인권운동을 했던 민주당 중진 존 루이스 의원은 13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 사람(트럼프)이 대통령이 되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당선인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의 법적 정통성까지 문제 삼았다.

 트럼프는 14일 루이스 의원에게 “지역구나 신경 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루이스 의원은 대선 결과에 대해 거짓된 불평을 하기보다는 끔찍하고 무너져가는 지역구(조지아 주)의 문제를 고치고 주민들을 돕는 데 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그는) 오로지 말, 말, 말뿐이고 행동이나 결과는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많은 이가 루이스 의원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공화당 벤 새스 상원의원도 “루이스의 말이 그동안 세상을 바꿨다”고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당초 취임식에서 기념 공연을 하려 했던 유명 가수들도 돌연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뮤지컬 ‘드림걸스’로 토니상을 받았던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14일 “트럼프 측이 ‘국민을 위한 환영 콘서트’ 무대에서 노래해 달라고 했을 때는 내 목소리가 양 극단으로 갈라진 미국을 돕는 희망의 응집력이 되기를 바랐지만, 내 공연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공연 철회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엘턴 존, 셀린 디옹 등 초특급 스타들은 트럼프 측의 공연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트럼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14일 하루에만 워싱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워싱턴에서 벌어진 집회에서 시위자들은 ‘트럼프의 증오에 저항하라’ ‘우리는 미국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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