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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문 연 초등교… 日산골마을 활기 되찾았다

입력 | 2017-01-16 03:00:00

[탈출!인구절벽/1부 사라지는 학교들]
<4·끝> “학교는 지역사회 구심점” 초고령사회 日의 실험




학생 1명 두고 수업… 시골로 ‘유학’ 온 아이들 지난해 12월 5일 일본 구마모토 현 쓰키기 소학교의 수업 참관일.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인 3학년생 미오 양이 수업을 듣는 모습을 마을 어른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위쪽 사진). 인구 감소를 겪는 일본 산촌 마을 학교들은 도시 아이들을 받아들여 명맥을 잇고 있다. 전교생 19명 중 16명이 도시 출신 유학생들인 야마나시 현 하야카와기타 소학교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쓰키기 소학교 홈페이지·아사히신문 제공

 2014년 봄,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 다라기(多良木) 정의 한 산골 마을에서 7년간 문이 닫혔던 초등학교가 부활했다. 단 한 명의 여자아이를 위해서였다.

 다라기 사무소에서 자동차로 1시간 산길을 달려야 나타나는 이곳은 70가구 132명의 주민 중 75%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마을이다. 쓰키기(槻木) 소학교는 학령기 아동이 사라져 2007년 봄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2013년 여름 마을 운영을 도와줄 비상근 직원 공모 결과 후쿠오카 현 출신 우에지 히데토(上治英人·44) 씨가 전입했다. 그가 후쿠오카에 남겨둔 장녀 미오 양이 새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는 말에 마을은 오로지 그녀를 위해 학교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자 네 살배기 동생까지 전 가족이 이사를 왔다.

 교직원은 교장을 포함해 모두 4명. 다른 초등학교의 경우 아동 1인당 마을 1년 예산은 13만 엔(약 133만9000원)인 데 비해 이곳은 660만 엔으로 50배다. 꽤 큰 지출이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기뻐했다. 학교 재개교식 겸 입학식에는 지역 주민의 절반인 60여 명을 포함해 1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에게 학교 부활은 마을 존속 사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가 문을 연다니 놀랍고 기쁘다”며 7년간 쓸쓸했던 이 지역에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했다. 주민들은 “타지로 나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쓰키기가 변하고 있다는 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젊은 세대의 유턴에 기대를 걸었다.


 학교가 문을 연 뒤 마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가을 운동회에는 옆 동네 초등학생 16명이 동참해 8년 만에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부모 수업 참관일에는 동네 할머니 10여 명이 교실을 찾아와 성장하는 미오 양을 지켜봤다. 주민들은 “혼자라서 쓸쓸해하지 않도록 모두가 배려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여동생도 입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3학년이 된 미오 양은 주 1회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옆 동네 초등학교에 가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린다.

 쓰키기의 시도를 일본 열도가 주목하고 있다. 이곳이 일본 산촌 마을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미오 양의 종업식, 운동회가 기사화될 정도로 관심이 많다.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일본에서도 폐교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초등학생 수는 1958년 1349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648만 명까지 줄었다. 중학생도 1962년 733만 명을 찍고 지난해 340만6000명까지 감소했다. 일본 전역에서 최근 20년간 사라진 초중학교는 6000개 이상이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 재정난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합병되기도 한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문을 닫거나 통폐합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지역의 구심점으로서 학교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회건 차세대를 만들어야 사회는 영속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촌 유학’ 제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산촌 유학은 1976년 나가노(長野) 현에서 시작됐다. 한 교사가 ‘도회지 아이들을 산촌에서 씩씩하게 키우자’며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자연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얻고 싶은 도시 아동들과 이들을 유치해 학교를 지키고 지역 활성화를 꾀하려는 지자체들의 기대가 맞물린 결과다.

 인구 800명에 불과한 나가노 현 기타아이키(北相木) 마을은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1개를 지키기 위해 학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수도권의 인기 학습학원과 손잡고 2015년부터 모자(母子) 산촌 유학생을 모집하기로 한 것. 이 마을 교육부장은 “초등학교를 잃는다는 것은 마을에 미래의 희망이 사라진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야마나시(山梨) 현 산간부에 있는 하야카와기타(早川北) 소학교는 전교생 19명 중 16명을 가족과 함께 이주해 온 산촌 유학생들로 채우고 있다. 이 같은 모자 유학은 홋카이도(北海道)가 가장 많다. 홋카이도는 가족이 이주해 올 경우 토지를 제공하고 정착지원금을 주는 등의 유인책도 함께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산촌 유학’도 근래 들어 분기점을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절대적인 아동 수가 적은 데다 합병이나 재정난, 고령화 때문에 산촌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지자체들도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1989년 출산율 ‘1.57 쇼크’가 급습한 뒤부터다. 이후 일본 정부는 보육원의 대기아동 해소나 방과후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출산율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버블 붕괴 후 급속히 악화된 재정도 큰 이유였다. 현재도 사회보장비 중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재정은 5조7000억 엔 규모로 고령자를 위한 예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4년 9월 ‘마을, 사람, 일 창생본부’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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